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사실상 전면전 수준의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사우디가 원유 수출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두고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나선 것입니다.
현지시간 8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타격했습니다.
타격 목표에는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 및 전력 시설이 포함됐습니다.
사우디 당국은 이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타격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이미지에는 지잔 정유소와 아브하 석유 분배 센터에서 짙은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겠다며 보복에 나섰습니다.
투르키 알말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은 "테러 민병대를 억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사우디 전투기들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의 주바와 서남부 타이츠 지역에 즉각 보복 공습을 가했습니다.
앞서 사우디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는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며칠간 예멘 곳곳의 반군 거점을 미사일로 타격했습니다.
당시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지난 3일 동안 카미스 무샤이트와 타이프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마리브, 알베이다, 알호데이다, 타이즈, 알자우프 등에 121차례에 달하는 무자비한 공습을 가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수년간 소강상태를 보이던 후티 반군과 사우디 주도 연합군 간의 예멘 내전은 지난달 후티의 휴전 종료 선언 이후 계속 악화됐고, 이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군사행동 수위를 높이고, 사우디의 지원을 받으며 남부에 거점을 둔 예멘 정부군이 후티 장악 지역을 모두 탈환하겠다며 대대적인 지상 공세에 나서면서 사망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AFP 통신은 후티 반군과 예멘 정부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한 주간 양측에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AFP 집계에 따르면 예멘 정부군에서 지금까지 216명, 후티 반군 측에서 278명의 대원이 숨졌으며, 민간인 사망자도 최소 29명에 이릅니다.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면서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3일간 예멘 서해안 일대에서만 1만8천500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집계했습니다.
이러한 사우디와 후티 간의 전면전 수준의 충돌은 걸프 해역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공방과 맞물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교전 소식이 전해진 8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9.46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선을 위협했습니다.
이철호 기자 (manje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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