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대신 수어로 이야기… 농인·청인 함께하는 환대 공동체

소리 대신 수어로 이야기… 농인·청인 함께하는 환대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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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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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4)-환대(Feast) <11>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4일 오전 서울 강북구의 한 가정집. 이곳은 국내 유일의 수어 중심 농인 기독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소보사·교장 김주희)의 배움터다. 1층에 들어서자 거실과 안방에서는 수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거실 한쪽 벽에는 학생들이 종이테이프로 오려 붙인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바리스타 제빵사 교사 엄마 등 되고 싶은 꿈을 표현한 흔적이었다. 각 방의 방문을 없애 시각적 개방성을 확보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문을 닫아두면 내부 상황을 알 수 없는 농인의 시각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화장실 앞 등 곳곳에는 노크 소리 대신 깜빡이는 불빛으로 사람의 유무를 확인하는 원형 신호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소리 없는 공간 채운 '손짓의 언어' 이날 교재는 전래동화 '은혜 갚은 두꺼비'였다. 농인 교사가 눈빛과 표정, 섬세한 손짓으로 이야기를 전하자 농인과 청인(소리를 귀로 듣는 사람) 학생들이 3~4명씩 모여 앉아 집중했다. 이내 학생들이 한 명씩 자신만의 수어로 이야기를 재현했다. '다랑이골 마을에 살던 복순이가 있었대요. 어느 날 밥을 먹다 부뚜막에 찾아온 조그만 두꺼비에게 밥 한 숟갈을 나누어주며 정성껏 키우기 시작했죠.' 소보사 선임학생 정가은(20)씨가 교사에게 배운 이야기를 수어로 이어갔고 곁에 있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도 손짓과 표정으로 뒤따랐다. 가끔 표현이 머뭇거리면 교사가 다시 세밀한 표정과 손짓을 보여주며 바로잡았다. 이들은 일주일 뒤 이 이야기로 역할극을 할 예정이다. 거실과 안방에서 진행된 수업에는 인근 초등 대안학교 학생들도 참여했다. 매주 금요일 농학생과 청인 학생이 함께하는 통합 수업의 일환이다. 김 교장의 남편인 이혁재 전도사는 매주 주일 이 공간에서 소보사 식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제1언어 수어로 찾아낸 정체성 김주희 소보사 교장은 '농인은 소리가 아닌 시각과 수어로 살아가는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들'이라며 '소보사의 수업은 농학생을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나누는 주체로 세우는 법을 배우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이 농인의 삶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고교 1학년이던 1995년, 특별활동반에서 수어를 배우면서부터다. 2년간 수어를 배우며 만난 또래 청각장애인 친구들을 통해 같은 농인이라도 자신의 언어(수어)를 당당히 받아들이는 이와 듣지 못함에 괴로워하는 이의 정체성 차이를 목격했다. 김 교장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자'고 결심했다. 이후 10여년간 수어를 배우는 데 몰입하고 농인 어르신들을 만나며 농문화의 풍성함을 익혔다. 2006년 소보사를 설립한 그는 2017년부터 대안학교 형태로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소보사는 농학생들에게 '언어적 환대'의 공간이다. 음성언어 중심의 특수학교나 일반 학교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농학생들은 이곳에서 제1언어인 수어를 인정받으며 마음의 안식과 정체성을 회복한다. 학교의 환대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당당한 자아를 가진 주체로 성장했다. 수년째 이곳에서 동고동락하는 정씨를 비롯해 이상일(19) 송요셉(19)군은 현재 진로를 탐색하면서 후배들의 보조교사 역할도 맡고 있다. 정씨는 '이곳에 온 뒤 농인은 세상을 보는 언어가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소리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 속에서도 후배들에게 표정과 수어로 나누는 농문화의 유머와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군은 '선생님들에게 받은 따뜻한 환대 덕분에 학교생활이 즐거웠고 제가 받은 환대를 후배들에게 잘 전승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군도 '선생님들의 유창한 수어를 보며 언어의 즐거움을 느꼈다. 보조교사로서 동생들에게 배운 것들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다름을 수용하는 교회로 이곳의 교사진 역시 환대를 몸소 경험하고 전하는 동역자들이다. 노지원(39) 교사는 2007년 소보사를 만나 수어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그는 '소보사에서는 교사의 부족함과 연약함까지 아이들과 일상 속에서 솔직하게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출산 4개월 차인 유현주(37) 교사는 청인 자녀를 양육하는 농인 부모이자 교사다. 2007년부터 소보사와 함께한 그는 '스무 살 남짓 소보사를 만났을 때 사회 어디에서도 환대받지 못하던 제게 문을 열어준 빛과 같은 곳이었다'며 '최근 출산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한 생명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김 교장은 한국교회가 장애인을 향한 시혜적 관점을 넘어 진정한 환대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자신을 기준으로만 삼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진정한 환대가 시작된다'며 '수어 통역이나 문자 통역의 배치, 농인교회와 청인교회의 긴밀한 연대 등 농인을 우리의 이웃으로 맞아들이기 위한 창의적이고 다각적인 고민과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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