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전 기업 다이슨이 최근 출시한 '카메라젯'은 물을 뿜는 칫솔에 초소형 카메라, AI가 융합된 혁신적 제품이다. 칫솔질과 치간 세정을 동시에 하고, 스마트폰으로 입안까지 들여다본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을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개발 계기를 물었다. 발명가도 치과 의자 앞에서는 평범한 환자였다. 전동 칫솔을 써도 플라크가 남았고, 구강 세정기는 불편하고 아팠다. 칫솔질과 치간 세정을 한 번에 할 순 없을까? 그 의문을 구현하는 데 6년이 걸렸고 엔지니어 661명이 참여했다.
카메라젯에 들어간 AI는 치아 이미지 47만장 이상을 학습해 세정액을 쏠 위치를 찾는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발명할 수는 없을까. 다이슨은 'AI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방대한 이미지를 처리할 때 유용하다'면서도 '새로운 제품 개발은 명확한 정답이 없기에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행착오와 무모한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때 '틀릴 자유'라는 말이 떠올랐다. AI는 이미 쌓인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을 빠르게 찾는다. AI도 틀릴 수 있지만, 다음 시도를 위한 경험이라기보다 수정해야 할 오류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확한 답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AI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제조업에서 발명은 정답은커녕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엔지니어는 시제품을 직접 만들고 시험하면서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는 지점을 찾아낸다. 실패하면 재료가 문제인지 구조나 제조 방식이 잘못됐는지 살핀 뒤 다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시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처음에는 없었던 지식이 실패를 거듭하며 쌓이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과 투자 효율만 따졌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제품들이 있다. 다이슨의 사이클론 진공청소기도 5126번의 실패 끝에 5127번째 시제품에서 완성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도 시장성과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회의론을 견디며 성장했다. 만약 개발 초기의 제한된 데이터만 놓고 AI에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면, 많은 도전에 대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답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기업마다 AI 전환을 외치고 채용에서도 AI 활용 능력을 따진다. 피할 수 없는 변화다. AI는 정답을 찾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그러나 효율을 높인다며 틀린 시도까지 걷어내면 누구도 만들지 않은 대담한 제품으로 향하는 길도 사라질 수 있다. AI 시대에 우리가 잃는 것은 어쩌면 정답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지만 꼭 필요한, '울퉁불퉁한 실패의 구간'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가 AI 시대에도 값진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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