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규남 (5) 망망대해 브리지 가득 채운 빛… 이성 넘어 복음으로

[역경의 열매] 조규남 (5) 망망대해 브리지 가득 채운 빛… 이성 넘어 복음으로
View on original source
Category: Entertainment
Share
Archive
Like
눈부신 빛 앞에 무릎 꿇고 형용할 수 없는 기쁨 밀려와 의심 많던 내 세계 뒤흔든 사건 항구마다 교회 찾아 말씀 점검 낯선 거리서도 복음 전하기 시작 빛 향할수록 그림자 작아져 화창한 봄날과 같은 1982년 5월 망망대해로 원양 항해가 시작됐다. 선장의 'Steady she go(이대로 직진)'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모두 각자의 임무 자리로 돌아갔다. 같은 당직의 조타수도 갑판에 일이 있어 나가고 나 혼자 지휘공간인 브리지(선교·船橋)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햇빛보다도 더 밝은, 처음 보는 눈부신 빛이 브리지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 빛이 너무 황홀해 나도 모르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벌리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특별히 어떤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안으로부터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이 터져버릴 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것이 '성령의 빛'임을 직감했다. 교회를 핍박하던 사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했던, 하늘로부터 비친 눈부신 빛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나는 마치 내 안에 보화를 숨겨 놓은 사람처럼 늘 싱글벙글 웃게 됐다. 그리고 삶에 좀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때에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고 감사할 이유를 찾게 됐다. 나는 사춘기 때부터 흔히 말하는 '개똥 철학자'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책 '이것이냐 저것이냐' 등에 심취하기도 했다. 염세적 생각에 빠져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해본 적도 있었다. 인문학적 소양이 깊어 삶과 죽음에 관해 그리고 인생 전반에 대해 생각이 많은 편이었다. 고뇌가 깊은 만큼 정신적 방황을 많이 했고 성년이 돼서는 방랑벽으로 보헤미안의 삶을 흉내 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나의 내면에 자리 잡았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지만 그만큼 쉽게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따지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기존의 사고방식을 내려놓고 복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 이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경험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훗날 돌아보면 브리지에서 경험한 그 빛의 사건도 그런 과정 가운데 하나였다. 다메섹으로 가던 사울에게도 그의 기존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있었듯이 말이다. 복음을 전하고 싶은 내 열정은 배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말로 몇 마디씩 전도 문구를 준비해 길거리에 나가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전도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그런 담대함이 생겼는지 마치 순교를 각오한 전도자처럼 기쁨이 충만하여 사람들을 만났다. 신기하게도 그 일로 심하게 훼방을 받거나 제지당한 기억은 없다. 사람들은 대개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주님의 은혜였다. 항구에 도착할 때마다 내가 찾아간 곳도 교회였다. 낯선 도시에서 교회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렵게 교회를 찾아가면 목회자를 만나 내가 성경을 읽고 깨달은 내용을 전하는 데 혹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묻곤 했다. 교회생활도 해보지 않았고 신학을 배운 적도 없었기에 혹시 내 생각을 복음인 양 잘못 전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이해한 말씀을 다시 점검하고 바로잡아갈 수 있었다. 나는 이 또한 모르는 것을 겸손히 묻고 구하는 사람에게 베푸신 주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받아들였다. 내가 영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것은 '빛과 그림자'의 원리로 이해되기도 했다. 빛이 어두움에 비치자 어두움의 흔적이 빛으로 말미암아 하나로 집약돼 빛 아래 그림자로 나타났다. 빛을 등지고 서면 그림자가 앞을 가리지만 돌이켜 빛을 향하면 그림자는 뒤로 물러나고 밝은 길이 열린다. 그림자가 아주 없어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빛의 한가운데 서서 빛을 바로 머리 위에 받고 있으면 된다. 그림자는 빛에서 멀어질수록 커지고 가까울수록 작아지기 때문이다.

(0)Comments

 

A note on cookies

Newshunt uses essential cookies to keep you signed in and to remember your language and country, so the site works the way you expect. With your permission, we'd also like to use analytics cookies to understand how people use Newshunt and improve it over time.

Accepting only affects analytics. To learn more, view our Privacy Policy or Terms & Cond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