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나이키의 굴욕

[천자칼럼] 나이키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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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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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Nike)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따온 이름이다. 날렵하게 뻗은 갈고리 모양의 '스우시 로고'는 1971년 오리건대 육상선수 출신 창업자 필 나이트가 대학생에게 단돈 35달러를 주고 만들었다. 훗날 나이키가 세계 스포츠 시장을 호령하면서 스우시 로고는 단순한 상표를 넘어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1988년 등장한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은 광고 문구를 넘어 시대의 구호가 됐다. 마이클 조던과 손잡은 에어조던은 운동화를 패션과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전성기는 2021년이었다. 브랜드 가치는 304억달러로 7년 연속 세계 의류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시가총액은 2800억달러를 넘어 세계 60위권에 들었다. 나이키의 성공은 현대 경영의 교과서 그 자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은 1984년부터 나이키의 성장 전략을 케이스 스터디로 다뤘다. 독일 아디다스가 장악하던 스포츠화 시장을 뒤집고 세계 1위에 오른 스토리는 기업가정신과 브랜드 경영의 모범 답안이었다. 철옹성 같던 나이키는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온, 호카 등 기능성을 앞세운 신흥 브랜드가 러닝화를 파고들었다. 중국에선 안타와 리닝 등 현지 브랜드가 치고 올라왔다. '혁신의 나이키'라는 이미지는 희미해졌다. 브랜드 파워를 과신한 유통 전략도 화를 불렀다. 나이키는 직접 판매에 승부를 걸며 2019년 아마존에서 철수했지만 경쟁사만 키워주며 실패로 끝났다. 주가는 최고가 대비 79% 추락했고, 시가총액도 57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 평가는 냉정해졌다. S&P는 이달 21일 나이키를 초우량주 지수인 S&P100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8년 만의 방출이다. 빠진 자리는 델과 샌디스크 등 테크 기업이 채운다. 이는 성공에 도취해 혁신을 소홀히 하면 아무리 공고한 제국이라도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 Just Do It. 도전하라는 구호를 가장 절실하게 들어야 할 곳은 이제 나이키 자신이다. 승리의 여신에게도 영원한 왕좌는 없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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