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패럴림픽 무대를 5회 연속 밟은 일본의 '의족 점퍼' 나카니시 마야가 약 20년에 걸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일본 'THE ANSWER'는 2일 "패럴림픽에 5개 대회 연속 출전한 나카니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나카니시는 일본 장애인 육상을 대표해 온 선수다. 의족을 사용하는 T64 여자 멀리뛰기 일본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8 베이징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5개 대회 연속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2019년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에서는 정상에 올라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나카니시가 처음부터 장애인 육상선수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1세 때 사고를 당한 뒤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 육상을 만났다. 이후 약 20년 동안 선수로 활동하며 세계 정상급 멀리뛰기 선수로 성장했다.
▲ 출처 THE ANSWER
선수 생활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특히 2012년에는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세미누드 달력을 제작해 판매하면서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프로 선수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스폰서가 없어 훈련비와 원정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했다.
단순히 돈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장애가 있는 여성과 그 가족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일부 당사자들이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것도 달력 제작을 결심한 이유였다.
나카니시는 과거 'THE ANSWER'와 인터뷰에서 당시 결정을 돌아보며 "같은 장애를 가진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신체를 숨기기보다 당당하게 드러내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약 20년의 도전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나카니시는 SNS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기에서 결과를 남기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분의 응원을 받았고, 기업과 미디어 관계자분들을 만나면서 스포츠라는 틀을 넘어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제가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이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은퇴를 고민하게 된 과정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카니시는 "최근에는 '육상을 그만둔 뒤의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경기를 떠난 뒤에는 아직 아무것도 형태가 잡히지 않은 제 인생이 있다"며 "그것이 두려워 저도 모르는 사이 육상이라는 공간에 매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그는 "나이에 대한 문제, 앞으로의 환경, 그리고 제 몸에 대한 문제. 언제까지나 지금과 똑같이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현실과도 마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퇴를 '끝'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나카니시는 "40세가 된 지금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 아직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지금이기에 다음 인생으로 한 걸음 내딛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없이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과 마주했고, 그때마다 한 걸음을 내디뎠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육상이라는 버팀목을 내려놓고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제 인생으로 뛰어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무대도 이미 정해졌다. 나카니시는 오는 10월 3일 자신의 고향인 오이타현에서 열리는 '제2회 추계육상경기대회'를 현역 마지막 경기로 계획하고 있다.
그는 "21세 때 사고를 당한 뒤 시작된 새로운 인생에서 장애인 육상을 만났고, 약 20년 동안 선수로서 도전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하루도 지금까지 저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저답게 경기장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장을 떠난 그 순간부터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는 저 자신도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다"며 "앞으로도 나카니시 마야답게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나가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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