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정부는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군 안팎에서는 파병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검토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파병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이 대통령 귀국 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국방부는 "호르무즈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했다"면서도 "조사단은 해당 지역 정세 및 안전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며,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우리 자산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대해 시한을 정해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부 매체가 '미국이 11월까지 파병을 마무리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보도한 부분을 반박한 것이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UAE에 조사단을 보내 현지 여건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번 조사단이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단 파견을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 성안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실사단 활동 결과 보고에 기반해 파병 가능 여부나 규모·임무 등 구체적인 방침을 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모양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정부의 군사적 기여 여부를 놓고 청와대·정부 내에서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홍 수석은 "한미 관계 속에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그것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내부 시각도 있다"면서 "대통령께서 순방을 다녀오고 나면 좀 더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와의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방·외교안보 협력을 한층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양국 간 체결될 군수지원협정이 한국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은 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비롯한 원자력·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언론발표에 나서 △국방·안보 협력 도약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달러 달성 △인공지능(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협력 구체화 △문화 협력 심화 △국제사회 평화·번영 노력을 강조했다. 특히 국방·안보 부문을 놓고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 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정보교환 체계를 더욱 정교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정비한다"며 "양국 군 협력 안정성·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 지원협정도 가능한 한 조속히 체결할 수 있도록 협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교역액 또한 크게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달러(약 27조원) 달성을 목표로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자은 LS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참석했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와의 에너지 협력도 모색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합의한 원자력 전(全) 주기 협력을 한층 발전시킨 원자력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분야의 협력 문건을 추가로 체결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중장기적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리 성승훈 기자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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