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 선거 43.8% 얻어 2위의 2배
과반 3석 모자라 단독집권은 실패
극좌 정당 BSW만 연대 의사 밝혀
연정 아닌 이탈표로 집권 가능성도
메르츠 '극우 방화벽' 원칙 시험대
독일의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6일 치러진 옛 동독 지역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43.8%를 득표해 압승했다. AfD는 2024년 튀링겐에 이어 두 번째로 주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독일 정치권에서 AfD의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게 또 한번 입증됐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극좌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과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나치 집권의 역사 경험에 기반한 '방화벽 원칙'(극우 정당과의 협력에 일절 반대하는 것)과, BSW와의 이념적 간극으로 인해 연정 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전쟁 등을 놓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갈등을 벌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AfD의 주의회 선거 승리 소식을 공유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앞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트럼프 진영 인사들은 AfD를 노골적으로 지원해 '선거 개입' 논란을 빚었다.
● '방화벽 원칙' 진퇴양난에 빠진 메르츠
7일 작센안할트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AfD(43.8%)는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17.2%)을 두 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이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9.3%), 녹색당(8.9%), 좌파당(8.6%), BSW(5.3%) 등의 순이었다. AfD는 직전인 2021년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득표율(20.8%)의 두 배를 기록했다.
AfD는 2년 전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32.8%를 득표해 1위에 올랐지만, CDU와 SPD 등의 연립정부 구성에 밀려 최종 집권엔 실패했다. AfD 소속 울리히 지크문트 작센안할트 주총리 후보는 '우리는 역사를 썼고, 이번 선거 결과는 베를린에 보내는 신호'라고 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AfD는 주의회 83석 중 과반에 3석 모자란 39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집권을 위해선 소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극좌 성향 BSW만 '방화벽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AfD와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옛 동독 공산당 후신인 BSW는 이민 강경책과 대(對)러시아 유화 정책을 펴고 있다.
극우-극좌 연정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AfD 지도부와 달리, 지크문트 주총리 후보는 연정을 거부하고 있다. 아미라 모하메드 알리 BSW 공동대표도 지크문트가 아닌 '초당파적 주총리'를 뽑자고 주장한다.
이에 연정이 아닌 이탈표로 AfD가 '여소야대' 정부를 수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작센안할트 주헌법에 따르면 주총리 선출 투표가 3차까지 가면 재적이 아닌 재석 의원 중 과반으로 총리 선출이 가능하다. 다른 당에서 이탈표가 나오거나, 일부 의원들이 투표를 포기하면 지크문트 후보가 주총리에 오를 수 있는 시나리오다.
AfD가 작센안할트 주정부 집권에 성공하면 이 지역에선 불법 체류자 추방,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축소, 독일 국기 게양 등 애국 교육 강화, 공영방송 지원 축소 등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로 최근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메르츠 총리와 CDU가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르츠 총리는 방화벽 원칙에 따라 AfD와의 협력을 일절 반대해 왔다. 하지만 AfD 지지율이 오르면서 CDU 일각에선 '무조건 AfD를 배척하는 건 유권자들의 뜻에 반하는 것'이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번 선거 결과가 CDU의 내부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만약 메르츠 총리가 작센안할트주에서 CDU 의원들에게 투표 재량권을 부여하면, 방화벽 원칙을 고수 중인 SPD와의 연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AfD 전폭 지지해온 트럼프 진영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AfD의 2위 득표가 예상되자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이라며 환영한 바 있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 AfD 지지 연설을 하면서, 방화벽 원칙 폐기를 촉구했다.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로 불린 머스크 CEO도 영상 연설을 통해 AfD를 지원했다. 당시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를 본떠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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