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환율 1400원대 유지땐, 12년째 '3만달러'서 탈출 가능성
인구 5000만 이상 국가중 6위 전망
韓경제 반도체 쏠림에 변동성 커
달러 수요 늘면 GNI 또 떨어질수도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면서 12년간 '3만 달러'대에 갇혀 있던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4만 달러(약 5362만 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남은 기간 환율이 급등하지 않고 연평균 1478원 이하를 유지하면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기준) 6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워낙 큰 탓에 반도체 경기가 주춤하면 경제 규모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환율이 앞으로 다시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올해 1인당 GNI가 4만 달러 달성 후에도 경기와 환율에 따라 3만 달러대로 쉽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7일까지 평균 환율 기준 4만 달러 예상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오후 3시 반)에서 전 거래일 대비 9.9원 내린 134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2024년 10월 4일(1333.7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1334.7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환율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까지 연평균 환율은 1471.4원으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평균 환율 기준으로 1인당 GNI는 이미 4만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환율이 하락하며 달러화 환산 올해 1인당 GNI 추정치는 4만179달러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연간 명목 GNI 2717조 원에 재정경제부가 올해 7월 제시한 올해 연간 명목 성장률 전망치 12.3%를 반영해 올해 추계 인구(5161만 명)를 나눠 평균 환율로 환산한 값이다.
앞으로 연평균 환율이 1478.0원 이하로 유지되면 4만 달러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뿐이다. 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인구가 2300만 명이다. 일본은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어섰다가 경제 성장 정체와 엔화 약세 영향으로 2024년부터 3만 달러대로 내려왔다.
● 반도체 의존 성장-환율 반등이 변수
달러화 환산 기준으로 1인당 GNI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해도 한국 경제의 체질이 그만큼 개선됐다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성장세가 커진 만큼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성장세는 더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1∼8월 한국의 수출액은 6933억 달러(약 931조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2.8% 증가했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2812억 달러(약 378조 원)로 169.6%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올해는 40%다. 반도체 경기가 주춤하면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 경기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
이명휘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내수 산업이 취약해 1인당 GNI가 4만 달러대가 되더라도 반도체 경기 변화에 따라 다시 3만 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올 4분기(10∼12월)부터 내년까지 정부와 국내 연기금, 서학 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로 달러화 수요가 늘면 환율이 오르고 1인당 GNI도 다시 줄 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34.7원까지 하락했다가 '외환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중단하고 달러 매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퍼지며 하락 폭이 줄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국내 투자자가 '저가 매수' 전략으로 달러화를 사들이기 시작하면 환율은 언제든 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거나 주요국 장기 국채 급등이 재연될 때도 환율 상승을 재차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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