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임상 계획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이오기업 제넨셀은 2020~2023년 코스닥 시장에서 이목이 집중됐던 회사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이른바 '주가조작 작전세력'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한때 '제넨셀 테마주'라고 불리며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회사만 8개다. 이 중에는 유명한 기업사냥꾼과 주가조작 선수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서로가 몰랐다고 잡아떼지만, 주가 조작 전문꾼들이 붙어 큰 그림을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작업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1차 인도 임상: 골드퍼시픽·KH필룩스
2020년 8월 경희대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신약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식이 열렸다. 강 교수가 설립한 제넨셀과 골드퍼시픽의 자회사인 에이피알지, 한국파마 등이 함께 임상에 도전한다는 발대식이었다. 강 교수가 식물 추출물을 활용한 치료제 후보 물질(APRG64)을 개발해 경구용 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두 달 뒤 에이피알지는 제넨셀이 인도에서 임상 1상 계획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3개월 여 만에 골드퍼시픽 주가는 약 130%, 한국파마는 약 150% 올랐다. 이후 제넨셀은 유럽 등 5개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APRG64에 대한 인도 임상은 치료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이에 골드퍼시픽은 APRG64 약효 등을 과장·허위 홍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해 11월 KH그룹 계열사인 KH필룩스도 제넨셀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제넨셀의 임상 소식이 나올 때마다 KH필룩스 주가는 요동쳤다. KH그룹 배상윤 회장은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무자본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4년 쌍방울 인수 때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배 회장은 또다른 사건으로 수사받던 중 2022년 6월 해외로 도주해 인터폴 적색수배 돼 있다.
◇2차 국내 임상: 세종메디칼·타임인베스트
APRG64와 별도로, 강 교수는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하던 ES16001을 코로나 치료제로 추진하며 국내외 임상을 시도했다. 주가조작 선수들이 볼 때 새 재료가 나온 것이다.
ES16001 개발에 달려든 회사는 세종메디칼. 이 회사는 2021년 10월 19일 113억원을 투자해 제넨셀을 인수했다. 이 투자 시점을 전후해 석연찮은 일들이 벌어졌다. 석 달 전인 7월 3개의 투자조합이 세종메디칼 창업자 지분을 인수했고, 8월엔 투자전문회사인 '타임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로 진입한 뒤 제넨셀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금이 들어가기 일주일 전(12일) 강 교수와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으로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승인을 서둘러 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공익적인 민원이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024년 12월 강 교수와 양씨를 뇌물공여약속 혐의로 기소했다.
제넨셀 인수 일주일 뒤, 식약처에서 임상 계획 승인이 떨어졌다. 타임인베스트먼트 인수부터 임상 승인까지 세종메디칼 주가는 2000원 초반대에서 8000원 후반대까지 출렁댔다. 임상 승인 다음 날 최고 8760원까지 올랐다가 투자조합 3곳이 지분을 대거 팔면서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들은 이틀 만에 주식을 다 팔고 나갔다. 전형적인 주가조작 수법인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허위 정보로 주가를 띄워 고점에서 팔아치워 이익을 챙기는 것)' 흐름이었다. 검찰 수사에서 강 교수가 허위 서류로 식약처 승인을 받아낸 정황이 드러나자, 2023년 5월 임상은 중단됐다. 결국 세종메디칼은 이듬해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올 6월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3차 헐값 인수: 카나리아바이오
제넨셀 관련 이슈가 끝나자 제넨셀의 모기업 세종메디칼을 싼값에 먹으려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지주사 격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2022년 7월 세종메디칼을 사실상 인수했다. 이후 세종메디칼 자금으로 거꾸로 카나리아바이오 지분 500억원어치를 사들이게 했다. 기업사냥꾼들의 흔한 수법으로 세종메디칼을 빈껍데기 회사로 만들었다.
카나리아바이오의 고문이자 실소유주로 알려진 회계사 출신 이모씨는 '주가조작 1인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난소암 치료제 사업과 관련해 두올물산 등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업계에선 '의약품 회사인 세종메디칼을 인수해 신약 사업에 대한 외관상 정당성을 만들려고 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씨는 '쌍용차 인수' 경쟁으로 에디슨EV 주가조작 의혹도 받은 바 있다.
(0)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