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기획] 기술은 다 평준화됐다…"AI가 디자인을 죽이는 게 아니라, 디자인의 시대를 더 빨리 앞당긴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강윤주 원장이 베를린에서 던진 K-디자인 선언

[IFA 2026 기획] 기술은 다 평준화됐다…"AI가 디자인을 죽이는 게 아니라, 디자인의 시대를 더 빨리 앞당긴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강윤주 원장이 베를린에서 던진 K-디자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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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Sci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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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9월 4일(금)부터 8일(화)까지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서 열리고 있는 'IFA 2026' 전시장은 AI로 가득 찼다. 식재료를 알아보는 냉장고, 세제를 스스로 고르는 식기세척기, 집 안을 돌며 말을 건네는 로봇까지, 어느 부스의 어느 제품이든 대화하고, 인식하고, 예측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역설을 만든다. 모두가 AI를 품은 순간, AI는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니다. 에이빙뉴스가 IFA 2026 현장에서 만난 강윤주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원장의 진단은 여기서 출발한다. 지난 10여 년 전시장을 이끌어 온 것은 딥테크·빅테크 기반의 기술 주도 기업들이었지만, AI가 그 기술을 평준화시키면서 경쟁의 축이 다시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기술 경쟁은 다시 디자인 경쟁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선언에는 근거가 있고, 숙제가 있고, 계획이 따른다. 근거는 IFA 메인 홀을 장악한 샤오미와 하이얼의 제품 뒤에 한국 디자이너들이 서 있다는 사실이다. 숙제는 세계가 이미 쓰고 있는 K-디자인에 아직 얼굴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계획은 KIDP가 매년 국내에서 열어온 '디자인코리아'를 내년부터 해외로 가져간다는, 이날 처음 공개된 결정이다. 강 원장이 17개사 규모의 한국디자인관 'DESIGN KOREA 2026'을 열고 베를린에 온 이유를 따라가 본다.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딥테크·빅테크가 이끈 십수 년의 기술 경쟁이 저물고 있다… "AI 코딩을 소비자가 알 필요는 없다, AI가 나를 어떻게 행복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IFA는 기술이 냉장고와 세탁기, 청소기와 TV라는 일상의 가전에 실제로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한 해에 한 번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전시 현장을 둘러본 강 원장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기술의 성능 자체보다 그 기술을 사람의 삶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가치 있게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십수 년 빅테크가 이끈 경쟁은 더 빠른 칩, 더 큰 화면, 더 많은 기능을 앞세운 기술 경쟁이었고, 디자인은 그 뒤를 따라가는 마감이었다. 그런데 AI가 모든 기기에 기반 인프라처럼 깔리면서 기술 격차 자체가 좁혀졌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안의 알고리즘이 아니라 그 기술이 자기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이며, 어떤 기술이든 사실상 다 구현되는 시대라면 결국 어필해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즉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는 디자인을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디자인이 그 사이에 서지 않으면 기술은 머릿속 상상력에 그칠 뿐 일상에 아무 영향력도 없으며, 그것을 얼마나 잘 스며들게 하느냐가 디자인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삼성과LG 제품에 무슨 복잡한 기술이 있어서 관람객이 몰리는 것이 아니다. "이 냉장고 좋은데"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디자인의 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AI가 디자인을 위협한다는 통념도 그는 뒤집었다. 한국은 AI를 빠르게 흡수하는 기술력을 갖췄고, 불편함을 빨리 찾아내 단순화해 표현해내는 역량에 AI가 결합되면 AI는 K-디자인을 완성하는 증폭제가 된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이번 IFA를 보며 좋은 기술이 곧바로 좋은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AI가 디자인의 영향력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것이 그가 베를린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샤오미·하이얼 뒤에 한국 디자이너가 있다… "K-디자인은 이미 세계가 쓰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 디자인 경쟁의 시대가 왔다는 확신에는 실물 근거가 있다. 산업통상부와 KIDP가 디자인 수출 촉진을 위해 운영하는 '디자인 시장개척단'이다. 제품 수출을 돕는 일반 시장개척단과 달리, 디자인 전문기업이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직접 디자인 용역을 수주하도록 연결하는 서비스 수출 프로그램이다. 해외 진출 잠재력이 높은 디자인 전문기업 4곳을 뽑아 5월 뮌헨, 6월 샌프란시스코, 9월 베를린, 10월 광저우로 보내 전시와 B2B 상담, 네트워킹, 사후 법률·계약 지원까지 제공한다. 그 결과는 IFA 2026 전시장 한가운데서 확인된다. 메인 홀을 장악한 중국 글로벌 기업의 제품의 일부가 한국 디자인 전문기업의 손을 거쳐 나오고 있다. 에이빙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이 중국 글로벌 가전 대기업들로부터 국내 단가의 몇 배 수준으로 디자인을 수주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잇따르고 있고, 발주사가 신제품 발표 자리에 한국 디자이너를 직접 세우고 그 이력을 홍보 자산으로 쓰는 계약 조건도 등장했다. K-디자인의 프리미엄은 시장이 먼저 알아본 셈이다. 올해 한국디자인관에는 디자인 시장개척단으로 선발된 비디씨아이(BDCI), 세컨드화이트(Second White), 인텐시브(intenxiv), 어보브(ABOVE) 4곳이 제조기업과 나란히 섰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과 미국의 글로벌 기업 제품을 디자인해 온 곳들이다. 전시 하루 전인 3일 저녁에는 KIDP가 마련한 B2B 네트워킹 행사 'Korean Design Meets Berlin: Built for Real Life'에서 이 네 곳이 현지 스타트업과 디자이너들 앞에서 피칭과 쇼케이스를 이어갔다.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관광공사도 문화기관도 다 나오는데 얼굴은 제각각… "이유는 100만 가지, 그래도 로고 하나는 같이 써야 한다" K-디자인의 얼굴을 세계에 내보이는 일에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다. 해외 전시장마다 지자체와 기관이 저마다의 한국관을 세우지만, 그 모두를 하나로 아우르는 국가 브랜딩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강 원장은 "K-열풍을 타고 곳곳에서 한국을 내세우지만 일관성이 없다 보니, 하나하나는 괜찮아도 전체를 담아내는 디자인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비바텍(VivaTech)에서 무역협회 부사장을 만났을 때도 같은 고민을 나눴다고 한다.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곧 K-이미지가 된다는 그의 논리를 따르면, 세계인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한국관의 얼굴이 제각각이라는 것은 K-디자인 전략이 출발선에서부터 흐트러져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일을 누가 맡느냐다. 강 원장은 "그 역할은 KIDP가 해야 할 일이지만, 산업부 산하 기관이다 보니 다른 부처가 운영하는 한국관(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내는 부처가 저마다 다르다 보니, 어느 한 기관이 조율하기에는 구조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관장의 이름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국가 브랜딩의 필요성을 직접 써 올리고 있다. 공감이라도 먼저 넓혀 보겠다는 뜻이다. K-열풍이 정점을 지나는 지금까지도 국가 이미지가 하나의 얼굴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국가 차원의 디자인 컨트롤타워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이유다.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디자인코리아가 내년부터 해외로 나간다… "준비 다 끝내고 나가면 늦다, 나와서 보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K-디자인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다음 수순은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됐다. KIDP가 매년 국내에서 열어온 '디자인코리아' 전시를 내년부터 해외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산업통상부를 설득해 최근 결정이 났으며, 박람회 참여 확대, 별도 공간 운영, 도시 투어링 등 방식은 열어놓고 검토 중이다. 디자인 시장개척단처럼 제품·기업·사람이 두루 교류하는 형태로 해외 시장 라운드를 돈다는 구상이다. 방식이 정해지기도 전에 결정을 공개한 이유는 분명하다. 구경만 하다가 어느새 트렌드의 중심에 서게 됐으니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K-디자인은 단순히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제조, 사용자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의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그 방식을 정립하는 일도 밖에 나와서 부딪히며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해외 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디자인관은 IFA 폐막 이후,10일부터 14일까지 파리 메종&오브제(Maison&Objet)로 이어지고, 10월에는 디자인 시장개척단의 마지막 일정인 광저우 캔톤페어에서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들이 바이어를 상대로 직접 발표한다. 전시 후에는 수출·법률 전문가와 함께 바이어 후속 협의, 샘플 발송, 계약 검토를 진행하는 1:1 컨설팅이 붙는다. 강 원장은 "'전시 참가 지원'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성과 창출' 지원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170.5㎡ 한국디자인관이 기술 대신 '쓰임'을 내세운 이유… "'제조를 잘 하는 기업'에서 '디자인으로 삶을 바꾸는 기업'으로" 이 선언의 실물이 IFA NEXT 25홀의 한국디자인관이다. 기술 스타트업을 모은 KEA 한국관, AI 반도체를 모은 NIPA관과 나란히 한국의 얼굴을 맡았지만, 이 관이 내세운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산업통상부와 KIDP의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으로 디자인 전문기업과 짝을 이룬 제조기업 13곳이 시장조사와 시제품, 금형과 양산을 거쳐 유럽시장에내놓는 자리다. 부스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디에이치글로벌(DH Global)의 150L 소형 김치냉장고는 기존 소주 냉장고를 1인 가구와 펜션, 사무실에 맞게 재해석한 제품으로, 강 원장은 "한국의 식문화와 보관 기술을 글로벌 생활가전으로 확장한 사례"로 꼽았다. 유투시스템(U2 System)의 휴대용 정수 보틀 '퓨리수 플러스(Purisoo Plus)'는 정수기라는 고정된 가전을 손에 드는 보틀로 바꿨고, 이플로우(Eflow)의 휴대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하이디(HyDee)'는 수소만 있으면 배출 없이 전기를 만든다. 에프알티로보틱스(FRT Robotics)의 소프트 엑소기어 '스텝업 네오'는 배터리나 모터 없이 기계적 구조만으로 허리 작업의 부담을 줄이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강 원장은 "기술을 사람 중심의 경험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제품군은 에크리어의 스탠드얼론 AI 스마트 디스플레이, 모토웨이의 중장비 현장용 AI 카메라 '세라캠', 다람(DARAM)의 CES 2024 혁신상 헬스케어 제품 '카이사르(Caesar)', 헥사이노힐의 통증 완화 디바이스 '엠버큐', 엠소닉(EMSONIC)의 230g 블루투스 스피커 '루미오(Lumio)', 보국전자의 가습기, 에스엠(SM)의 네일 집진기, 피티지컴퍼니의 커피음료 토출 머신 'Bartooler', 여명라이팅의 LED 스마트 가로등까지 일상과 산업현장, 도시와 헬스케어로 넓게 이어진다.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사진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강 원장은 "우리 기업들은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넘어 사용자의 안전과 편의, 지속가능성 같은 실질적인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스타트업의 KEA 한국관과 AI 반도체의 NIPA관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면, 한국디자인관은 '그것이 누구의 삶에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여줬다. 강 원장은 우리 제조기업들이 "'Made in Korea'를 넘어 'Designed in Korea'의 가치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술이 더 이상 승부를 가르지 못하는 시대는 한국에 절호의 기회이자, 그 기회를 K-디자인의 위상으로 바꿔내야 하는 책임이기도 하다. 그 책임의 한가운데 선 이가 던진 베를린의 선언이 어떤 결실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 AVING NEWS는 기사 편집 시, AI도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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