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경제로 진입' 의미 크지만 반도체 착시 포함된 숫자이기도
양극화 해소 등 체질 개선 시급
국민일보DB 한국은행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됐다고 어제 발표했다. 수출과 소비가 함께 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4.7% 성장했던 2021년 이후 5년 만에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지 않아 경제의 금액 크기를 보여주는 명목 GDP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9.2%, 지난해 2분기 대비로 26.4%나 늘었다. 1979년 3분기 이후 47년 만의 최고치를 보일 정도인데, 반도체의 힘이 크다. 반도체가 수출을 끌어올리고, 온기가 다른 업종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게 한은 진단이다. 특히 국민총소득(GNI) 증가가 두드러진다. 2분기에 명목 GNI는 8.8%, 실질 GNI는 3.1%나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실질 GNI 증가율은 15.6%로 1988년 4분기 이후 3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명목 GNI 상승 흐름과 환율 안정세가 지속한다면 올해 국민소득(1인당 GNI)은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국민 한 명이 1년에 평균 4만 달러에 이르는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라는 것은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다. 한국은 2014년 3만 달러 돌파 이후 12년 가까이 '4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이 벽을 깨면, 우리 경제가 '고소득 선진경제'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4만 달러는 어디까지나 평균값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청년과 고령층, 자산의 보유 차이에 따라 피부에 닿는 체감소득은 큰 격차를 드러낸다. 이미 우리 경제는 수도권 쏠림, 자산 불평등, 청년실업 등 양극화를 심각하게 앓고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가 국민의 삶이 4만 달러만큼 나아졌음을 뜻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 착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올해 수출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연간 1조 달러(약 1340조원)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반도체만의 실적이다. 1~8월 수출 증가분의 73.9%는 반도체 몫이었다. 거시경제 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에 간극이 크다. 미국의 관세 폭격, 중국의 물량 공세로 대부분 산업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에 들어서면, 과거의 성장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는 양에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느냐'인 질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그래서 지금은 기회이자 위기의 시간이다. 마냥 숫자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양극화 해소, 산업구조 개편, 지역 균형발전 등을 포괄하는 경제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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