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의 오픈AI'로 불리는 프랑스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 AI에 지분을 투자하고 반도체 설계·제조에 특화한 자체 AI 모델을 공동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8일 미스트랄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반도체 설계·제조 데이터와 미스트랄 AI의 거대언어모델(LLM) 기술을 결합해 반도체 업무에 최적화한 AI 모델을 개발한다.
이와 관련 미스트랄은 총 30억 유로(약 4조7000억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주도했으며, 스웨덴 투자사 EQT가 운용하는 '스케일업 유럽 펀드'와 기존 투자사 PSG에쿼티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30억 유로는 전체 투자 규모로, 삼성전자가 실제로 투자한 금액과 확보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 AI의 고효율 LLM인 '미스트랄 라지' 등을 활용해 DS부문 고유 데이터에 맞춘 자체 AI를 구축한다. 이를 반도체 설계와 제조 현장의 데이터 분석, 결함 예측, 공정 최적화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제조 효율과 품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격히 늘어난다. 수많은 공정 변수 가운데 불량 원인을 찾아내거나 최적의 조건을 찾는 데 AI를 활용하면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수율과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단순한 문서 작성용 생성AI를 넘어 실제 반도체 설계·제조 현장에 AI를 투입하려는 이유다.
핵심은 AI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삼성전자 내부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AI를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을 적용한다. 설계와 공정 등 외부 유출에 민감한 반도체 데이터를 회사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AI 학습과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2023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미스트랄 AI는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 출신 연구진이 창업한 유럽의 대표 AI 스타트업이다. '미스트랄 라지'와 '믹스트랄' 등 자체 LLM을 개발했으며, 금융·제조·에너지처럼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산업을 겨냥한 온프레미스 AI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로직 등 DS부문 전반으로 확대한다. 반도체 업무에 맞춘 AI 플랫폼과 운영 체계도 미스트랄 AI와 공동 구축할 방침이다. 미스트랄 AI가 향후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경우 삼성전자의 메모리·로직·파운드리 사업과 추가 협력도 가능하다.
미스트랄 AI는 삼성전자가 최근 잇달아 손잡은 글로벌 AI 기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메모리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앤스로픽 투자에도 참여했다. AI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의 AI 기술을 반도체 연구개발과 제조에 활용하는 '양방향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복잡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고 정교하게 활용하는 AI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스트랄 AI와 함께 반도체 산업에 특화한 AI 모델과 플랫폼을 구축해 AI 기반 반도체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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