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과 결합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우리 정당정치의 수치다. 당초 취지는 거대 양당의 국회 의석 독식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용이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출발점은 2012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박근혜정부에서 흐지부지됐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후인 2018년 12월 여야를 망라한 원내 5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한다'는 조항을 담은 선거제도 개편안에 합의하면서 본격화됐다.
비례대표는 유권자의 표에 비례해 의석을 나누는 제도다. 정당 지지율과 지역구 의석수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은 민주당 25.54%,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을 탈당한 호남계 의원들이 만든 국민의당 26.74%였다. 최종 의석수는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이 110석을 얻었고, 제3당인 국민의당은 23석에 그쳤기 때문이다. 만일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실시됐다면 정당득표율 대비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한 명도 가져가지 못해 110석에 머무르고,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42석을 확보해 65석으로 약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의석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정당정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민주당의 대의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위해 소수정당과 선거법을 야합했다고 반발했다. 국회에 '빠루'가 등장하는 소동 끝에 민주당은 난수표 같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은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원칙이 훼손됐다'며 새 선거법을 무력화시키는 교활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다.
여기서 민주당은 최악의 선택을 한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위성정당을 따라 만들어 자신들이 세운 명분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유례없는 압승, 헌정사상 최다 의석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경멸과 조롱이 따라붙었다. 용 후보자는 이때 더불어시민당 청년·여성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잘못된 선택은 끝나지 않았다. 4년이 지나도록 선거법을 바꾸지 못했고 민주당은 부끄럽게도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또 만들었다.
다음에는 민주당의 선택이 달라질까. 선거제를 아예 고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약간 발전했다. 21대에서는 국민심사단 투표 같은 선정방식 외에는 병립형비례대표제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22대에서는 선거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를 모아 정당을 만들고 후보를 결정했다. '다당제로 가기 위한 선거연합'을 그렇게 외치더니 결국 비례위성정당 합리화에 이용했다. 투표로 확인될 유권자의 뜻(정당득표율)을 제멋대로 가늠해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가진 셈이다.
다음 총선에서 여야가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유권자의 뜻을 구현하는 공당의 역할'을 강조하며 더 정교한 선거연합 형태의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것이다. 그 안에서 용 후보자처럼 국민의 몇%가 지지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정당의 대표가 민주당 지도부 몇명의 결정으로 금배지를 달게 될 것이다. 선거연합을 가장한 기만이다.
22대 총선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 50.5%, 국민의힘 45.1%인데 의석수는 161석 대 90석이다. 표차는 5.4% 포인트지만 의석수는 1.8배 차이다. 승자독식인 소선거구제에서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유권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의석수가 많다고 함부로 입법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권자의 선택과 의석수의 괴리를 줄이는 게 올바른 정당정치의 방향이다. 이런 잘못된 제도를 무시한 채, 심지어 그 안에서 이익을 탐내면서 입으로만 외치는 민주주의는 허망할 뿐이다.
고승욱 대기자 swk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0)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