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페이스메이커가 되려면-정치ㅣ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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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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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소셜미디어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판문점 회동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대화 재개 메시지를 발신했다. 사진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모습. 워싱턴=연합뉴스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이 커지자 우려와 불안감도 피어오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핵화 의제 자체를 판에서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질문에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며 즉답을 피했고,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57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구체적 수치까지 언급했다. 북한의 실질적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 채로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 의제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지나 폐기, 북미 간 '핵무기 군축 및 동결 논의'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다. 바늘구멍 하나 내기 힘든 남북 관계 국면에서 북미가 다시 마주 앉을 불씨가 살아났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하다. 한국도 일단 기대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일부 희생이 따르더라도 미국의 대화 재개 행보에 페이스메이커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역시 굳게 닫힌 북한의 문을 열기 위해 일부 유화 제스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본다.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선 안 된다. 비핵화를 목표로 두는 것과 군비통제를 통한 평화를 지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군비통제 방식은 상호 검증이 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보다 한미의 안보적 손실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명제는 2018년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이미 합의한 핵심 사안이다. 북미 대화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비핵화 구상(북핵 동결-감축-폐기)도 최종 지향점은 명확한 비핵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북한을 향한 유화 신호일지라도, 비공개 한미 협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고히 확인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북미 관계보다 가깝다. 아울러 미국에는 한국의 안보 역량 강화가 오히려 북한과의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빠른 협의도 같은 맥락이다. '페이스메이커'는 무조건 앞장서서 빨리 뛰도록 부추기는 역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의 페이스메이커는 '중거리 이상의 경주에서 기준이 되는 최적의 속도를 만들어주는 선수'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스퍼트나 오버페이스가 나타날 때, 또 정해진 코스에서 탈선하려는 흐름이 보일 때 올바른 속도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진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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