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올 7월까지 309명 구조-이송
12명 목숨 잃어… 70대 142명 최다
경운기 사고가 전체의 57% 차지
고령 농민 맞춤형 안전 대책 필요
경북 농촌이 심각한 고령화를 겪고 있으나 농기계 안전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농번기마다 농기계 사용이 급증하는데 고령 농업인의 사망 사고가 끊이질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전국 농기계 사고 발생 건수는 2020년 1269건, 2021년 1076건, 2022년 1384건, 2023년 979건, 2024년 894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1120건의 농기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농기계는 자동차처럼 탑승자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거대한 쇳덩이처럼 무겁고 단단해 사고 순간 탑승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나면 탑승자가 경상에 그치지 않고,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농기계 사고로 인해 2020년 78명, 2021년 79명, 2022년 72명, 2023년 41명, 2024년 73명의 농민이 사망했다.
경북에서도 올해 농기계 사고로 농민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5월 28일 오후 3시 20분경 문경시 동로면의 한 내리막 농로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농기계가 뒤집혀 남성이 결국 숨졌다. 4월 28일에는 영천시 대창면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경운기가 쓰러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농기계 사고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는 30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2명이 숨지고 297명이 다쳤다. 사고 유형별로는 경운기 사고가 176명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이어 트랙터 49명(15.9%), 관리기 등 기타 농기계 66명(21.3%), 농약살포기(약제 분무기) 18명(5.8%) 순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당한 이들 가운데 70대가 142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대 66명, 60대 61명으로 집계됐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농기계 사고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북소방본부는 작업 전후 안전 점검과 보호 장비 착용, 조명등, 빛 반사판 점검, 교차로 신호 준수, 음주 운전 금지, 함께 타기 금지 등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경산경찰서는 이달 말까지 '농공존 도로 특별 안전관리 기간'을 운영한다. 야간 시인성 확보를 위해 고휘도 반사지 1000매와 야광 경광등을 배포하고, 직접 마을 회관을 찾아 음주 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맞춤형 교육을 병행할 방침이다. 또 순찰 중 갓길이 없거나 급경사·곡선 구간 등 사고 위험이 극심한 지점을 운행하는 농기계를 발견할 경우 순찰차가 후미에서 안전지대까지 직접 밀착 보호할 예정이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농기계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5700만 원을 투입해 임대 농업기계 57대에 '전도·전복 사고 감지장치'를 설치했다. 감지장치는 농기계 사고 상황 시 사고 위치 및 임대자 정보 등을 관계 기관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긴급 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대상 농기계 조작 교육을 강화하고 제작사 규제를 통해 안전장치를 장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순중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관련 면허제 도입이 어려우니 농기계 제작사 규제를 통해 사고를 방지할 장치를 필수적으로 장착하게 하거나, 각 지자체 등 관계 기관에서 농기계 사용 방법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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