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둘러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공급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현지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며 공급 기반을 먼저 확보한 가운데 삼성SDI도 연내 현지 양산과 함께 테슬라향 공급에 나서면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를 중심으로 북미 ESS 수요가 커지면서 양사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지난달 본격 가동했다. 이와 함께 각형 배터리 양산 라인 구축을 서두르면서 내년 테슬라향 ESS용 배터리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랜싱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설립한 배터리 공장이다. 당초 합작법인(JV)인 '얼티엄셀즈' 3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산을 인수하면서 독자 배터리 생산기지로 변모하게 됐다. 랜싱 공장에서는 도요타향 NCM 배터리와 ESS용 NCM 배터리, LFP 배터리가 함께 생산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LFP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테슬라의 요청이 있다. 미국 내 AI 인프라 확대와 전력망 수요 증가로 ESS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세액공제(ITC) 요건에 역내 생산과 중국산 부품 비중 제한 등이 포함되면서 테슬라도 비중국계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주력인 파우치형에 더해 각형 LFP 배터리 셀 생산을 준비하게 됐다.
테슬라가 주요 ESS 제품인 '메가팩(Megapack)'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캘리포니아 라스롭 메가팩토리에서 연 4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데 이어 텍사스주 브룩셔(휴스턴 인근) 메가팩토리에서도 차세대 제품 '메가팩3'와 대형 플랫폼 '메가블록(Megablock)' 생산에 들어갔다. 브룩셔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50GWh로, 양산이 본격화되면 테슬라의 미국 내 ESS 생산능력은 내년 중 총 연 90GWh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DI 역시 테슬라향 ESS 배터리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1월 대형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테슬라 메가팩에 탑재될 LFP 배터리로 보고 있다. 공급 규모는 연간 10GWh 수준으로 3년간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관련 수주에 맞춰 미국 내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의 기존 생산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셀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ESS 고객사 대응을 위한 LFP 라인이 각각 1기씩 구축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ESS에 주로 탑재되는 각형 배터리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비중국 중심 현지 공급망을 짜는 테슬라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할 '시너지셀즈' 공장을 활용해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로의 ESS 배터리 셀 대응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련 공급이 본격화되면 양사의 미국 ESS 시장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파우치형 중심의 ESS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각형까지 넓히며 고객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삼성SDI 역시 미국 현지 생산기지의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요가 확대되는 각형 ESS용 셀 시장에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양사의 테슬라향 추가 수주 경쟁이 양산 안정성과 원가 절감 속도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비중국계 LFP 배터리 특성상 중국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은 낮지만, 미국 내 대중국 규제와 현지 생산 이점을 활용하면 점유율을 확대할 여지가 있어서다. 특히 금지외국기관(PFE) 규제가 내년부터 강화되는 만큼 국내산 소재·부품 활용도를 높이는 등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도 주요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발 ESS 셀 공급이 이어지면 LG에너지솔루션은 대형 사각 셀을 포트폴리오화하고, 삼성SDI는 LFP 배터리 셀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PFE 규제로 비중국산 배터리의 수요가 나날이 높아져가는 만큼 얼마나 빠른 시일 내 양산, 공급하느냐가 북미 시장 확대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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