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둔태세 재검토, 우린 대체불가 능력 키울 때

美 주둔태세 재검토, 우린 대체불가 능력 키울 때
View on original source
Category: Politics
Share
Archive
Like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이 개시한 대(對)이란 전쟁은 대서양 동맹에 잠복해 있던 균열을 단숨에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이란의 해상 공격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인 호르무즈해협의 통항이 마비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 개방을 위한 군사작전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의 참여를 압박했다. 그러나 유럽 동맹국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초기 공습에 불참한 이유로 트럼프의 질책을 받았고, 일부 회원국들은 미군 항공기의 영공 사용마저 거부했다. 지난 4월 중순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봉쇄'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다른 나라들도 봉쇄에 참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튿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불참을 선언했고, 스타머는 "어떤 압박이 있더라도 이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못박았다. 6주를 넘긴 전쟁의 뒷감당을 혼자 떠안게 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적이 아닌 동맹을 향했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은 메르츠 독일 총리였다. 지난 4월 말 그는 미국이 "아무런 전략도 없이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쏘아붙였다. 며칠 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독일 주둔 미군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더니 5월 1일 펜타곤은 독일에서 병력 약 5000명을 빼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즉흥적 보복으로 시작된 일은 곧 제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지난 6월 18일 브뤼셀 NATO 국방장관회의에서 이를 '실질적 재검토'라 부르며, 유럽 주둔 미군의 태세와 기지 전반을 최장 6개월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9월 초순 현재, 그 재검토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진행 중이다. 미국이 해외 주둔군을 손보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2004년 부시 행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와 주한미군 감축, 2012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2020년 트럼프 1기의 주독 미군 감축 시도와 번복,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태세 재검토까지, 주둔태세 재검토는 문서와 절차를 갖춘 주기적 관행이었다. 이번에 달라진 것은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전쟁이 겹친 전시 국면에서 냉정한 계산보다 동맹 불신과 개인적 분노가 방아쇠를 당겼다는 점이다. 유럽의 '동측방억제구상(Eastern Flank Deterrence Initiative·EFDI)'은 바로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동맹의 응답이다. 무인체계 중심 '자율구역'의 중요성 EFDI는 특정 무기를 구입하는 사업을 넘어 싸우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무인체계와 인공지능 네트워크, 저가·대량의 능력을 여러 영역과 여러 나라에 걸쳐 하나로 엮어 NATO의 지역방위계획을 떠받치는 것이 목적이다. EFDI의 심장은 사람이 들어가지 않고 기계만 싸우는 공간, 다시 말해 '자율구역'이다. 서로 연결된 센서-드론-장거리 화력이 개전 초기에 침공군을 찾아내 때리는 것이다. 발상의 근거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있다. 그곳에서는 무엇이든 움직이는 순간 탐지되어 파괴되는 '킬존'이 접촉선에서 15㎞ 넘게 뻗어 있다. 물론 자율구역 하나로 방어가 끝나지는 않으며, 이는 여러 겹으로 형성된 억제의 가장 바깥쪽 방어선일 뿐이다. 침공하자마자 발각되고 얻어맞는 상황은 공격자에게 '개전 첫날의 문제'를 안긴다. 억제가 실패하면 사거리 290㎞의 천무 같은 무기가 후방의 군사 표적을 응징한다. 이 구조에서 기계는 사람을 대체하지 않고, 사람이 정말 필요한 순간까지 시간을 벌어 주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반면 EFDI가 지닌 내재적 한계 또한 명확하다. 일단 무인 체계는 지상군 정규 사단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 무인기가 적 1개 대대를 무력화할 수는 있어도, 해당 진지를 최종 점령하고 지형을 통제·확보하는 물리적 실체는 여전히 기갑 전차와 전투 보병의 몫이다. 우크라이나가 100개 이상의 여단을 투입해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고 있는 전장 현실에 비추어 볼 때, NATO의 동부전선 전방배치 8개 다국적 대대급 전투단은 초라할 지경이며, 독일·영국의 심각한 모병난은 후속 증원계획의 실행력을 위협한다. 둘째, EFDI는 미국의 정보와 감시, 정찰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동맹 상호운용성의 근간인 'NATO 표준 규격'조차 실질적으로는 미 군사 표준에 기반해 설계·운용되어 온 자산이다. 그래서 미국 조력전력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탐지-결심-타격' 루프에서 각 연결고리마다 오차·지연이 누적되어, 결국에는 킬체인 체계 자체가 마비된다. 병력 숫자에 연연하면 발언권 줄어든다 유럽의 사례는 우리에게 엄중한 교훈을 남긴다. 요약하면, 동맹 내에서의 입지는 미군 숫자를 줄이지 말라고 매달리기보다,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가치를 산업·기술·행동으로 증명할 때 지켜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다. 첫째, 협상에서의 초점은 병력의 머릿수보다 정보와 방공, 장거리 타격, 그리고 이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능력이다. 하지만 감축이 트럼프의 불쾌감만으로도 예고 없이 단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둘째, 미국이 동맹국에 지역 안정과 대중국 억제까지 요구하는 이상, 기여의 범위와 조건은 우리가 먼저 정의해야 한다. 대만 유사시의 역할도 공개적 약속보다 사전의 조용한 조율이 현실적이다. 주한미군과 한반도 기지가 표적이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면 불똥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우리 손에는 트럼프가 말하는 '카드'가 쥐어져 있다. 155㎜ 포탄 최대 50만발의 대미 대여, 에스토니아가 종심 타격 수단으로 고른 천무, 필리핀 최대 무기 공급국이라는 지위 등이 그것이다. 관건은 이를 수출 실적의 합계를 넘어, 동맹 억제 네트워크에 대한 거시적 기여로 끌어올리고, 표준·인증·계약의 문턱을 평시에 낮춰 두는 사전 포석이다. 일본이 침공 함대의 격침으로, 대만이 전 사회적 회복력으로, 호주가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의 자율체계·장거리 타격·통합방공으로 각자의 해결책을 내놓는 동안, 한국만 병력 숫자를 지키는 협상에 머문다면 동맹 내에서의 발언권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동맹의 물리적 관성이 갈수록 약화되는 시대, 미국의 안보 우산이 유동적 변수로 변질되는 대전환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어떠한 대체불가 능력으로 국가 안보의 자생력과 동맹 내에서의 전략적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0)Comments

 

A note on cookies

Newshunt uses essential cookies to keep you signed in and to remember your language and country, so the site works the way you expect. With your permission, we'd also like to use analytics cookies to understand how people use Newshunt and improve it over time.

Accepting only affects analytics. To learn more, view our Privacy Policy or Terms & Cond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