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부른 한미동맹 비대칭성… ‘자율성 확대' 정치적 의지 천명해야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호르무즈 파병' 부른 한미동맹 비대칭성… ‘자율성 확대' 정치적 의지 천명해야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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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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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한미동맹의 '주체적' 재구성 파병 압박에 전투 참여 가능성까지 재건 협력서 군사적 기여로 구체화 관세·방위비에 반도체마저 인질로 안보 얻고 자율성 내준 오랜 구조 中·러·日 모두 대안 되긴 쉽지 않아 플랜B 짜기 어려운 韓 '진퇴양난' 전작권 환수 목표연도 확정부터 타국 협력 등 정치적 활로 모색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종전 이후 재건 협력이던 기류는 전투·비전투·수색 등 다양한 방식 검토로 후퇴했고, 안전 통항과 역내 평화를 위한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로 구체화됐다. 미국은 '기다리고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고, 이란은 어떤 식의 파병이든 '직접적인 군사 침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선 벌써부터 헌법상 침략전쟁 불참 원칙과 현실적 국가안보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2003년 점화된 이라크 파병 및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협상,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 등에서도 비슷한 딜레마에 처했었다. 지난 20여 년간 전반적인 국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지만, 한미동맹에 기반한 양국 관계에서 받는 압박과 곤란함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관세, 방위비, 반도체 투자, 주한미군 주둔, 확장 억제 등이 한데 엮인 미국의 압박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국력과 자율성이 비례하지 않는 현실에선 결국 한미동맹이라는 틀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할 수 없다. 호르무즈 파병 논란은 그래서 정책 결정의 문제를 넘어 '주체적인' 동맹 재구성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20년 만에 재현된 파병 청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그는 주한미군 규모를 과장해 거론하며 '보호해주는데 왜 돕지 않느냐'는 식의 날 선 화법을 반복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이행 재촉, 방위비분담금 증액, 국내법에 따른 쿠팡 규제, 반도체 표적 관세 등을 이란전쟁 지원과 묶어 '불만 목록'을 만들었다. 북미 대화 기대감을 피력하며 을지자유의방패(UFS) 훈련을 전격 축소한 걸 두고도 통상 압박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근엔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까지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외교적 결례도 마다하지 않았다. 안보 제공과 군사적 보답이라는 일종의 채권-채무 관계식 언어를 노골화한 것이다. 전형적인 이슈 연계의 비대칭성이다. 투자, 기업 규제, 외교 협조, 군사훈련 등을 별개 현안으로 다루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들을 하나의 협상 장부에 올려놓고 압박의 강도를 끌어올린다. 이론적으로 이슈 연계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우위를 가진 당사자들이 교환을 통해 상호 이득을 보는 중립적 도구이지만, 한미관계에선 이들 이슈를 묶을 수 있는 주도권이 압도적으로 비대칭적이다.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조차 협상 지렛대가 아니라 시장 접근권을 인질로 잡힌 취약점이 될 정도다. 파병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눈에 띄게 이동해온 이유다. 상반기까지는 종전 이후라는 전제 속에 실질적 기여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응했지만, 7월 들어 군사적 기여를 언급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투 참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재개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전향적인 기류 변화를 공론화한 건 파병 문제가 안보·통상이 하나로 묶인 압박 구조에서의 협상력 확보라는 훨씬 근본적인 문제의 한 축임을 보여준다. 70년 넘게 '기울어진' 저울 한미동맹의 법적 근간으로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야 했던 상황에서 체결됐고, 지금까지도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 있다.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은 미국의 요구 수준이 매번 올라가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2006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도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 변화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냉전 시기에 안보 제공과 자율성 제한을 맞바꾼 '비대칭' 구조의 골격이 70년 넘게 지속돼온 것이다. 미국 국제정치학자 글렌 스나이더의 '연루-방기 딜레마'에 따르면 약소국은 강대국과의 동맹을 통해 안보를 얻는 대신 강대국이 벌인 분쟁에 원치 않게 끌려들어갈 위험(연루)과 정작 필요할 때 강대국이 손을 뗄 위험(방기)에 노출된다. 한미동맹에선 방기의 공포가 압도적이어서 한국이 정책적 자율성을 상당 부분 희생하면서 동맹을 유지해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안보-자율성 교환동맹'의 틀에서 보자면 한국이 감당해야 할 교환 비율 자체가 애초에 불리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안보 제공자인 미국은 언제든 조건을 재조정할 수 있지만, 안보 수혜자인 한국은 조건 변화에 순응하지 않을 때 감수해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문제는 이 비대칭 구조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는 신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방전략은 한미동맹을 북한 대응 차원을 넘어 중국 견제까지 염두에 두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UFS와 달리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국의 정례 다영역훈련 '프리덤 에지'는 예정대로 이달 중 시행하겠다는 건 미국이 원하는 기여는 확대되는 반면 한국이 원하는 유연성은 좀처럼 확보되지 않는 비대칭을 상징한다. 한국의 절대적 국력은 성장했지만, 북한 핵무력 고도화를 위시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조건은 오히려 심화한 터라 이 구조가 저절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실적 대안 부재의 난감함 근래 미국과 비대칭적 관계에 있는 몇몇 나라에서 전향적인 행보가 있었다. 이집트는 미국을 핵심 안보파트너로 유지한 가운데 중국과의 군사안보 협력을 공식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튀르키예·파키스탄과 별도의 방위협정을 체결했고, 파키스탄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불참을 선언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보복관세에 전면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들 사례에선 공히 안보·경제 후견국으로 중국이라는 현실적 대안(아웃사이드 옵션)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을 더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이집트·사우디·파키스탄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체재라기보다 '병행 가능한' 파트너이고, 이는 미국으로부터의 '방기'의 공포를 낮춰준다. 캐나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미국 대륙 방위의 핵심 파트너라 애초부터 방기의 위험에선 사실상 자유롭다. 이들에 비해 한국은 훨씬 난감하다. 무엇보다 중국을 아웃사이드 옵션으로 선택하는 게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의 후견국인 데다 한미동맹의 시각에선 안보 위협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일본과의 대체 안보축 구성도 역사 인식의 간극 등으로 쉽지 않다. 북한이라는 실존적 군사위협에 노출돼 있고 전작권도 없다. 다른 나라들의 전향성이 관세 보복, 무기 다변화, 제재 불참 등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한 가운데 여지를 만드는 수준인 것과 달리 한국이 지금 요구받는 건 전쟁지역 파병이라 리스크의 성격 자체도 다르다. 최근의 국제 정세는 곤란함을 한층 더 키운다. 지난달 말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중국·러시아·인도 등 10개국은 사실상 이란의 핵 주권을 지지함으로써 이란에 다자적 정당성의 우산을 씌워줬다. 직접적인 군사협력이 아니라더라도 북한·중국·러시아·이란 간 직간접 연계가 강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파병은 자칫 북한의 '적대적 진영 대결' 서사에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한반도의 지정학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동맹 재구성을 위한 '정치적' 의지 지난 20여 년의 경험은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서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이 저절로 완화·개선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국력은 성장했지만 협상력은 그에 비례하지 않았고, 미국의 압박은 다면적으로 '진화'했다. 북한 핵능력 고도화,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구조적 여건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자율성을 넓히기 위한 정치적 의지 천명과 실천 가능한 정책 추진이 유일한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그 방향은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모색될 수 있다. 우선 전시작전통제권의 차질 없는 환수다. 10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목표 연도부터 확정하는 게 급선무다. 관련해 한미 연합사의 병렬형 체제 전환이나 별도 합동군사령부 신설 등 연합방위체제의 취약성도 보완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로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선 군사안보적 긴장의 자동 확산을 막으면서 한중 간 경제·문화 교류의 공간은 열어두는 쪽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안보와 공급망 양면에서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다양한 다자 틀 참여 등으로 조금이라도 선택지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도 단기간에 구조를 뒤바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특히 중요한 건 이런 움직임이 정치적 금기 없이 공론화되고 지속되는 것이다. 이들 문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퇴보하거나 정쟁화돼온 것이야말로 20여 년 만에 같은 딜레마에 처한 이유다. 호르무즈 파병 국면이 뼈아픈 건 새로운 종류의 압박이어서가 아니라 낯익은 패턴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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