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500조 추가세수와 '상업적 합리성'

[백광엽 칼럼] 500조 추가세수와 '상업적 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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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Finan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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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발전사는 눈물겨운 자본 확충의 역사다. 해방된 신생 대한민국엔 자본이 거의 없었다. 이승만 정부는 예산 43%를 원조 달러로 채워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차관 도입에 목맸다. 군사 정부가 탐탁잖았던 미국은 매정하게 거절했다. 일본도 '국교가 없어 곤란하다'며 등을 돌렸다. 텅 빈 손에 1964년 서독이 4000만달러를 쥐여준 게 'K미러클'의 출발점이 됐다.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했지만 '자본 부족'은 여전히 상수다. 늘 투자 자금이 달리고 복지 재원도 모자란다. 돈을 찍어 간극을 메우다 보니 나랏빚이 GDP의 50%를 웃돈다. 레드라인으로 간주되는 60%대 진입이 머잖았다. 그런 점에서 지난주 발표된 내년 예산안은 감개무량하다. 만성적 자본 부족에서 기록적 자본 과잉으로의 대반전이 숫자로 감각된다. 내년 예상 국세 증가액은 194조원에 달한다. 반도체발 '나비효과'로 법인세가 115조원, 소득세가 42조원 더 걷힌다. 정부 지출 증가율(12.8%)도 2009년 기록(10.6%)을 넘어선다. 갑작스레 사용처를 찾기도 힘들 만큼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낯선 숫자들이다. 한 예산관료는 '820조원을 어떻게 다 쓰겠어요?'라고 반문했다. 행복한 고민이지만 불안감도 크다. 넘치는 돈이 나라 살림살이를 방만으로 몰아갈 조짐이 감지된다. 내년 협동조합 창업지원금은 28배, 과거사 국가배상금은 6배,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은 5배로 불어난다. 국민생활편의복합센터 신축·리모델링, 코로나19 장기연체 탕감 등 대형 신규 사업이 수두룩하다. 사회연대경제 구축(449억원), 햇빛·바람 소득마을 이차보전(285억원) 등 '예산 빼먹기' 냄새나는 신사업도 깨알이다. 재정 무한 팽창에 시중 자금은 씨가 마르는 양상이다. 24.1%인 국민부담률(GDP 대비 조세·준조세 비중)이 29.8%로 높아진다. 한 해 5.7%포인트 수직 상승은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 고용보험 등 주요 사회보험이 고갈로 치닫는 와중에 추가 납세 여력까지 소진되는 셈이다. 벼락처럼 다가온 자본 과잉 시대는 차원 높은 접근법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무력하다. 200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적 투자플랫폼'이라는 지향에 걸맞은 비전이 미흡하다. 내년 '성장동력 확충'에 쓰는 돈이 14조원에 불과하다. 청년, 지방, 교육에 배정한 39조원은 '퍼주기' 혐의가 짙다. 아동수당을 최대 6배, '청년문화패스' 예산을 20배로 늘렸다. 청년 임대주택,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 등 대규모 신규 사업도 논쟁적이다. 무주택 가장과 지방 사립대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사이클이 막 내리면 수많은 신설·증액 사업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고로 이전된다. 미래기금 200조원 중 130조~150조원은 용처가 불분명하다. 100조원가량을 민간에 위탁해 연 3.8% 이상 운용 수익을 낸다는 소극적 목표가 제시됐을 뿐이다. 정부 예상대로 반도체 호황이 3~5년 가면 미래기금은 500조원 이상으로 커진다. 운용 수익만 꺼내 쓰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설계한다면 'K복지'의 한 축을 맡기에 충분한 규모다. 500조원을 연 6%로 굴리면 매년 30조원의 수익을 곶감처럼 빼먹을 수 있다. 미래기금이 국가재정법이 의무화한 나랏빚 상환을 외면하는 점도 실망스럽다. 막대한 세금 유입에도 내년 국가부채는 106조원 급증한다. 공기업 부채(769조원)도 관심이 필요하다. 한전은 빚(211조원)을 감당 못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 치 전기세(25조원) 선납을 요청했다. 172조원을 빚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석유공사의 사정도 대동소이하다. 미래기금 200조원의 5%(10조원)만 투입해도 공기업 리스크를 진정시키고 공공서비스 질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 '넘치는 돈'은 어쩌면 다시없을 K자본주의 도약의 기회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장기금리 급등으로 각국이 높은 자본비용에 신음하는 와중이라 위력은 배가된다. 상업적 합리성을 우선하는 담대한 전략이 절실하다. 200조원은 예컨대 중국 BYD 같은 글로벌 선두기업을 4개나 인수(지분율 50% 확보)할 수 있는 거금이다. 이런 열린 접근법이어야 성장·일자리·청년 문제의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퍼주고 나눠먹기는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을 부를 뿐이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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