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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름표를 내려놓으며 [뉴노멀-2030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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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박진영 | 어피티 대표 올해 만 34살인 내게 이번 청년의 날은 조금 특별하다. 청년기본법에서는 19살부터 34살까지를 청년으로 정한다. 법으로 따지면 이번이 청년으로 보내는 마지막 청년의 날이다. 스마트폰이 막 일상에 들어오던 대학생 시절부터 생성형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는 지금까지, 지난 16년을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스무살이던 2011년에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었다. 곧 오포세대와 칠포세대, 엔(n)포세대가 뒤따랐다. 청년에게 붙는 이름은 그 뒤로도 달라졌다. 포기보다는 욕망에 초점이 맞춰졌다. 엔포세대를 대신해 엠제트(MZ)세대가 등장했고, 집값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때는 '영끌'과 '빚투'가 청년을 설명하는 말이 됐다. 청년은 소비를 즐기고 조직보다 자신을 앞세우는 사람,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사람, 일할 의욕을 잃은 나태한 사람으로 번갈아 소개됐다. 나는 그 이름들이 늘 불편했다. 사람마다 처한 형편도, 원하는 삶도 다른데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엇을 포기했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이미 정해진 것 같았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미스핏츠'라는 미디어를 만든 것도 그래서였다. 이름부터 '부적응자들'이었다. 우리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실패하거나 뒤처진 사람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길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었다. 세상이 붙인 이름보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10년 뒤 어피티를 운영하며 더 많은 청년을 만났다. 그들의 일상은 뉴스에 등장하는 모습과 달랐다. 새벽 출근길에 경제 뉴스레터를 읽고, 월급날이면 생활비와 저축액을 각 통장에 나눠 넣었다. 돈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지출도 꼼꼼히 확인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과 이사 보증금을 마련하면서도 은퇴 이후를 위해 연금을 챙겼다. 부모님 생활비를 보태거나 이직하는 동안 쓸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었다. 대단한 성공을 꿈꾸기보다 자신과 가족의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성실하게 산다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중위 주택 매매가격은 2016년 4억3천만원에서 2025년 7억원 가까이 올랐다. 월급을 꾸준히 모아도 집값은 더 빨리 올랐고, 뒤처질까 두려워 시작한 투자 때문에 오히려 불안해지기도 했다. 그 전에 일을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5~29살 청년층은 학교를 마친 뒤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3개월이 걸렸다. 고용노동부는 인공지능 등 산업 전환으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데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커지면서 청년의 취업문이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첫 직장을 구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에서 일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태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 중에는 비용 때문에 결혼을 미룬 사람도, 비혼을 선택해 독립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었다. 투자에 뛰어든 사람도 모두 한탕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세대 이름을 들으면 그 말이 무엇을 빼놓았는지 생각한다. 삼포세대라는 말에는 결혼을 미룬 형편보다 '포기'라는 결과가 먼저 남았다. 영끌이라는 말도 치솟는 집값에 느낀 불안보다 대출받아 투자한 행동을 앞세웠다. 세대 이름은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몇 글자 안에 한 사람의 사정까지 담을 수는 없다. 법적으로 청년이라 불리는 시간은 올해 끝난다. 스무살의 나는 청년을 함부로 규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서른넷이 된 지금은 어떤 선택을 세대의 특징으로 묶기 전에, 그 사람이 처한 형편부터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6년 동안 내가 만난 청년들은 어느 한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청년' 이름표를 내려놓으며 [뉴노멀-2030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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