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우정아 포스텍 교수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48] 피부에 닿는 여름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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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여름의 기억은 피부에 남는다. 파도가 밀려와 발뒤꿈치를 휘감고 돌아나갈 때, 발아래서 부드럽게 가라앉던 모래의 촉감은 어쩌다 파도 소리만 들어도 되살아난다. 온몸을 까맣게 태운 바삭한 햇볕은 줄기차게 살갗에 머물다 더위가 가실 즈음에야 허옇게 일어나 벗겨진다. 스페인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호아킨 소로야(Joaquín Sorolla·1863~1923)의 '해변의 소년들'은 바로 그 여름, 피부의 기억을 화면에 담았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진흙탕이 된 모래밭 위를 신나게 뒹군다. 화가의 고향인 지중해 연안 도시 발렌시아에서 그렸지만, 눈에 보이는 다른 풍경이 없으니 여기가 어딘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소로야는 왕립미술아카데미를 나와, 장학생으로 로마에서 수학하며 대단히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익혔다. 초기에는 거대한 화면 위에 사회 현실을 고발하거나, 스페인의 역사적 사건을 장엄하게 그리는 역사화에 주력해 명성을 얻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소로야는 메시지보다는 회화 자체의 시각적 효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특히 매료된 소재가 바로 해변의 아이들이다. 소로야는 물에 젖은 피부, 반사되는 햇빛, 파도와 모래와 아이들이 뒤섞여 만드는 유려한 곡선, 그리고 그 위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온갖 색채를 빠르게 포착했다. 화면 제일 아래에 엎드린 아이는 거의 물 밖에 나와 있고, 상단의 아이는 모래에 반쯤 파묻혔다. 소로야의 물감 또한 위치에 따라 물기를 더하듯,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유려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생생한 화면과 그럴듯한 글이라도 피부에 닿았던 여름의 감각을 온전히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48] 피부에 닿는 여름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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