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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의 탄소중립, 우리 논밭에서 시작하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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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유주경 |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교수 우리가 치킨을 튀기고 버린 기름이 비행기를 띄운다. 농담 같지만 이미 현실이다. 식당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는 정제와 수소처리 과정을 거쳐 '지속가능 항공유'(SAF)가 된다. 기후위기 앞에서 세계는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동차는 전기차로, 공장은 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중이지만, 항공산업이 탄소중립을 이루기는 유독 어렵다. 자동차는 전기차로 전환하면 그만이지만, 수백명의 승객을 태우고 대양을 건너는 대형 항공기를 배터리만으로 띄우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기존 항공기에 그대로 쓰면서도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 항공유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세계의 움직임은 빠르다.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을 의무화했고, 그 비율을 2030년 6%, 2050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유럽이 법으로 '소비 시장'을 열었다면, 미국은 세제 혜택과 정부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 항공유 '생산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저탄소 원료 작물의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며 농업을 지속가능 항공유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도 2027년부터 지속가능 항공유 혼합 의무화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남는다. 그 많은 지속가능 항공유를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 지금 가장 현실적인 원료는 폐식용유지만, 공급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세계 식당의 기름을 다 모아도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 원료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농업에서 교통 연료를 얻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로, 미국은 옥수수로 자동차용 에탄올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를 항공유까지 확대하기는 어렵다. 식량 작물을 대규모로 연료 생산에 돌리면 한정된 농지를 두고 식량과 연료가 경쟁하게 되고, 탄소를 줄이자고 시작한 전환이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한다면 그것을 지속가능하다 부르기 어렵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식물성 유지 작물이다. 벼를 걷은 뒤 비어 있는 겨울 논, 작물 사이의 짧은 재배 공백, 이런 틈새를 활용하면 식량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기름을 얻을 수 있다. 이 기름은 항공유뿐 아니라 바이오 디젤, 생분해성 윤활유,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대체 소재로도 쓰인다. 농업에서 나온 원료 하나가 에너지와 화학 소재로 이어지는 '바이오 경제'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는 한국에 특히 중요한 기회다. 한국은 세계적인 항공유 수출국이자 정유·석유화학 기술과 산업 기반을 갖춘 나라다. 이 경쟁력을 화석연료 시대에만 묶어둘 이유가 없다. 정유·석유화학 기술을 지속가능 항공유와 바이오 기반 산업으로 확장한다면, 세계 항공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가능 항공유 시대에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기술만으로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원료 생산부터 수확·저장·운송, 정유와 항공산업까지 잇는 공급망과, 탄소 감축량을 추적·인증하는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결국 지속가능 항공유 산업의 경쟁력은 정제 기술만큼이나 안정적인 저탄소 원료 공급망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 항공유 비율을 정하는 것은 시장을 여는 첫걸음일 뿐이다. 진짜 숙제는 그 시장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다. 어떤 원료를 쓸지, 국내 생산을 어떻게 키울지, 폐식용유 이후의 원료를 어디서 확보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가능 항공유 정책은 항공 정책이나 정유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무엇으로 그 연료를 만들 것인가'라는 원료의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늘의 탄소중립은 비행기 엔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시작은 겨울철 비어 있는 우리의 논과 밭일지도 모른다.
하늘길의 탄소중립, 우리 논밭에서 시작하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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