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

김태훈 논설위원

[만물상] 민음사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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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넣은 '포켓몬' 빵은 1990년대 말 출시되자마자 대박이 났다. 빵 맛은 평범했지만 아이들이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다. 포켓몬 캐릭터를 스티커로 만든 '띠부띠부씰'을 모을 목적으로 빵을 샀다. 단종됐다가 2022년 판매가 재개됐는데 단 40일 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 빵은 1500원인데 캐릭터는 중고 거래소에서 최고 10만원에 되팔렸다. 파는 상품보다 상품에 포함된 굿즈가 더 큰 인기를 끈 사례였다. ▶빵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몇 해 전 한 커피 체인점이 커피 스탬프를 모아온 고객에게 가방을 나눠주자 사람들은 이걸 갖고 싶어 커피를 마셨다. 오픈런이 계속되자 1인당 구매 횟수를 제한했을 정도였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객 650만명을 돌파한 것도 전시 못지않게 각종 굿즈를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이 몰린 측면이 컸다. ▶여기에 책이 가세했다. 출판사 민음사가 지난달 말 한 편의점 체인과 손잡고 '민음사 빵'을 선보였다. 세계문학전집과 시집 등의 표지로 빵 포장지를 만들고 그 안에 책 표지와 같은 디자인의 책갈피를 넣었더니 보름 만에 35만개 넘게 팔렸다. 외국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책과 연계해 파는 에코백과 수첩 같은 굿즈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책마저 서점 이름을 새긴 스탬프를 찍어서 굿즈화해 판다. '햄릿'을 사더라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산 햄릿'이란 '구매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책을 독서가 아닌 멋이나 독특한 구매 경험으로 즐기는 걸 텍스트힙이라 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책에 대한 관심을 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독서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리고 책갈피나 키링 등 굿즈 판매도 늘었지만 정작 중요한 책은 팔리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성인 열에 여섯이 해마다 한 권 책은 읽었는데 지금은 세 명밖에 읽지 않는다. ▶몇 해 전 유럽의 저자들을 인터뷰하러 갔다가 책 안 읽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저자의 노력을 목격했다. 한 소설가가 저자 강연회를 한다기에 따라갔다. 대충 대화나 나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기 작품 한 대목을 연극으로 각색해 무대에 올리고 직접 연기까지 했다. 공연을 마친 뒤 책 내용과 공연을 화제 삼아 대화하는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민음사 빵이 일으킨 관심이 진짜 독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만물상] 민음사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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