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인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상정되자 퇴장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종규 | 저널리즘책무실장
요즘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행보를 보노라면, '보수 여전사'라는 별명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끊임없이 폄훼하는 언행이 특히 그렇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다.
이 의원은 5·18 폄훼·왜곡 주장을 일삼아온 새역사국민운동과 함께 지난달 13일 국회도서관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을 열었다. 새역사국민운동은 '오늘날 광주시는 퇴영적인 민중·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광주 해방'을 제1강령으로 삼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의 강령에는 '광주는 이 나라를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지역 혐오적인 표현도 들어 있다.
이 의원이 환영사를 한 이 포럼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재조명'된 내용들은 이렇다.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간의 소요 사태' '좌파 세력이 독점하고 있는 5·18 문화권력을 해체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5·18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느냐. 대외적으로 고립시키고 내부적으로는 분열시켜야 한다' '주사파가 전두환을 학살자·가해자로 만들었다' '호남과 주사파는 서로 약점을 커버해주는 순망치한의 관계였다'….
광주와 5·18에 대한 모욕과 혐오,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이다. 포럼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이 의원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는 포럼 환영사에서도 '5·18에 대해서도 역사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과 '근거'에 입각한 논의를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포럼에서 쏟아진 저주와 혐오의 말들이 과연 '학술 토론'에 적합한지 여부는 차치하자. 5·18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도대체 어떤 논쟁이 더 필요하다는 걸까? 5·18이 '신군부의 내란에 맞선 시민의 항거'라는 사실은 명확하고 그 근거는 차고 넘친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씨 등 신군부의 군사반란 및 내란죄 재판에서 '광주 시민들의 시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음에도 (신군부가) 이를 난폭하게 진압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올해 2월에도 전두환씨의 회고록과 관련해 5·18 기념재단 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시민들이 먼저 무장해서 계엄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했다' 등 전씨의 주장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전씨 쪽의 주장도 배척했다. 법원은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한 극우 논객 지만원씨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 등 여러 민형사 소송에서도 5·18 단체 쪽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수차례 진상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헌에 '5·18 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규정되어 있고,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공약했다는 걸 알기는 할까? 아마도 모르는 것 같다.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의원은 포럼 이후 비난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페이스북에 버젓이 공유했다.
이 의원의 불순한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끊임없이 '역사전쟁'을 도발해 객관적 근거로 뒷받침되는 역사적 사실을 여러 견해 중 하나로 '격하'시키려는 속셈일 게다. 간특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그런 전략이 때때로 잘 먹혀든다는 점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가 홀로코스트와 같은 집단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정당화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피해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혐오·왜곡 발언은 특정 집단을 향한 공격과 차별, 배제를 용인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온 사단법인 오픈넷 등 13개 인권단체가 지난 3월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퇴진 공동행동단'을 꾸려 권력층의 혐오 발언에 책임을 묻는 입법 운동을 벌이는 이유다. 유럽처럼 '역사 부정죄'를 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공론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 등의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법안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공동행동단의 지적대로, 표현의 자유가 '공적 권력을 쥔 자들의 혐오 선동을 비호하는 방패막이'('이진숙 의원의 5·18 왜곡과 혐오 선동 규탄 성명서')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0)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