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 홍용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2026-09-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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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홍수 사태는 국제 전쟁과 유가, 인공지능(AI)이라는 이슈에 잠시 파묻혀 있던 기후 위기 문제를 다시 소환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경고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다.이제 알프스와 안데스 같은 설산들도 히말라야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탄소 중립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왔지만, 전쟁의 포화와 AI에 수반되는 막대한 에너지 소모는 이러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우리 정부도 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흐름인 탄소 중립화와 RE100 정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현재에 와서는 AI를 국가의 핵심 역량으로 삼으면서 기후 위기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물론 최근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며 RE100 정책을 잊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AI 폭증에 따른 전력 수급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지 기후 위기 그 자체를 해결하려는 관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2022년 이후로 전 세계 언론은 모든 관심을 전쟁과 AI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때 세계 대부분의 언론이 이와 관련된 주제로 다룬 사안은 기후나 환경이 아니라 유가와 주가였다.현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가장 주요한 이 두 축은 또한 국가의 존립을 위해 반드시 국가가 관리해야 할 경제적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이렇게 볼 때, 현재와 같은 전쟁국가 및 자본주의체제가 세계적인 정치·경제의 표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상 기후 및 환경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물론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기후 위기와 환경 위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산에 버려진 페트병은 환경 위기 유발 요인일 수 있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에 기후 위기 요소는 아니다.즉 이른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라 할지라도 지구의 수많은 종 중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막대한 에너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며 이는 다른 종류의 생태계 위기를 몰고 온다.1년 내내 매일 밤낮으로 발생하는 풍력의 진동과 번쩍이는 태양 반사광, 원자력의 핵폐기물을 생각해 보자.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 늘 나오는 이야기는 '아픈 지구' 또는 '지구의 복수'와 같은 말로 요약되는 담론들이다. 하지만 아픈 것은 지구가 아니다. 45억 년 전 탄생 당시의 지구, 또 지질학적 연대가 보여 주는 5번에 걸친 대멸종, 또는 수억 년에 걸친 가뭄이나 홍수를 생각해 보자. 지구는 그저 무심하게 변해 왔을 뿐이다.문제는 인간의 생존 환경이 인간이 만든 생존 방식에 의해 무너질 위기에 처한 모순적 상황이다. 다행히도 인류는 그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불행히도 그것을 실행할 방법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홍용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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