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프리덤쉴드(UFS) 연습 시작 당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관련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문제, 그리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24 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루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항구적 해결을 약속한 중동 문제는 이란 전쟁으로 확장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연(主演)이 되는 정치적 리얼리티 쇼의 달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으로 보면 이란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소재로 김 위원장과의 회동만큼 적절한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북한 문제는 이미 국제적 관심사인 동시에 2018년과 2019년 사이 이루어진 트럼프·김정은의 세 차례 만남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개최되는 중국 선전 APEC을 계기로 미·북 정상회담 개최 전망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9월 1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한 상태'라며 '양측 간 대화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다.
올가을 트럼프 대통령발(發) '한반도 빅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문제는 미·북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되었을 경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가 57개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묘한 여운을 남겼으며, 북한을 여러 차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공개 구애'를 반복하면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 없는 미·북 정상회담 재개가 우려되는 이유다.
2018~2019년 사이 일련의 남·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비핵화를 약속하지 않았다.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2018년 4월 20일 개최된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가 결정한 소위 '자발적 모라토리엄'은 북한 핵무기의 폐기가 아닌 개발 중단 조치였다. 미·북 정상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핵무기 폐기가 아닌 미국에 대한 공격 능력 개발 중단을 제안할 가능성이 큰 이유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안전해졌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북한은 자신들의 핵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반도는 북핵에 노출되고 미국은 안전해지는 시나리오다.
또 다른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기한 한반도 종전(終戰) 관련 사항이다. 기존 정전협정 1조는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한반도 2국가론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종전협정에서 이를 국경선으로 주장할 개연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종전협정에서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 명문화할 가능성도 있다. 두 사안 모두 우리 헌법과 배치되며 국가 정체성과 관련되는 민감한 문제다.
트럼프 리더십은 철저한 자국 중심주의와 피아 구별 없는 정치적 거래주의를 지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파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궁2 미사일 판매 등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모두 우리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미국과의 교역 문제는 물론 전시작전권 환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및 농축 재처리 등 우리가 미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호불호를 떠나 트럼프의 미국은 현실이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가 초래한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에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에 필수적이며, 한반도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한미는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며, 한미동맹은 아직 유효하다. 국익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견지하며, 남북 관계와 국제 문제는 정파를 떠나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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