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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연합뉴스
박준규 | 한반도청년미래포럼 창립자
한국 사회에는 오랫동안 익숙한 삶의 공식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독립하고, 가정을 꾸리며 조금씩 자산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개인마다 속도는 달랐지만 열심히 살아가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의 구조는 크게 달라졌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공식으로 지금의 청년을 평가한다.
기성세대는 종종 '우리도 단칸방이나 반지하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들의 고생과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때의 단칸방과 지금의 단칸방은 같지 않다. 방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방 밖의 세상이 달라졌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소득이 늘고 생활의 기반을 만들어가면서 언젠가는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단칸방과 반지하는 당시의 형편이었을 뿐 미래의 삶까지 결정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직장을 얻어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고, 월급을 모은다고 주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회는 왜 취업이 늦느냐, 왜 독립하지 않느냐,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청년에게 묻는다. 사회가 바뀌어 과거의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데 그 공식대로 살지 못한 책임을 청년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역할은 청년에게 가난에 맞춰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청년의 어려움을 전제로 더 작고 열악한 삶을 제공하는 것도 청년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는 청년들이 현재 형편을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어야 한다. 일해서 얻은 소득이 독립으로 이어지고,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생활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되살리는 것이 먼저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누가 더 힘들었는지를 겨룰 필요는 없다. '우리도 단칸방에서 시작했다'는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단칸방이 아니다. 그곳에서 시작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가난을 기준으로 청년의 삶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
해법은 청년에게 더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거나 몇가지 지원을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청년 정책의 목표 자체를 바꿔야 한다. 가난해진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에서, 일하고 노력하는 청년이 가난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과 소득이 독립으로 이어지고, 독립이 자산 형성과 삶의 안정으로 연결되는 사회적 경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청년을 부자로 만들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노력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정치는 청년에게 가난을 견디는 방법을 제안하는 일이 아니라, 가난이 운명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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