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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 짓겠다고 공언해온 거대한 개선문 공사가 조만간 시작된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지난 3일 '링컨 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개선문 건설을 위한 굴착 작업이 2주 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개선문은 프랑스 파리 개선문(50m)을 모델로 삼았지만, 트럼프가 '그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고집해 76m, 파리의 1.5배로 설계됐다. 트럼프가 즐겨 쓰는 금빛 장식을 두르고, 황금색 천사와 독수리, 자유의 여신상을 닮은 조각상으로 꾸미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공식적으로는 건국 250주년 기념이라지만, 한 인터뷰에서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나 자신'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의회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건너뛰며 사업을 밀어붙여 반발을 사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기념물이 워싱턴의 역사적 명소 수십곳의 조망을 해칠 만큼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남북 통합을 상징하는 링컨 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의 상징적 관계를 끊고, 케네디 대통령 묘역과 남군을 이끈 로버트 리 장군의 생가 조망까지 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만큼 이 구조물의 높이와 존재감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경제사에는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세계 최고층 건물 기록이 경신될 때마다 경제 위기가 뒤따르는 현상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유동성이 넘치는 낙관기에 착공되지만, 완공될 즈음 경기 과열이 정점을 지나 거품이 꺼진다는 가설이다. 개선문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현존 로마 3대 개선문 중 가장 큰 콘스탄티누스 개선문(21m)은 제국 황혼기인 315년에 세워졌고, 완공 15년 뒤인 330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수도를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겨야 했다. 파리 개선문은 나폴레옹 1세가 권력 정점기이던 1806년 전쟁 승리를 기념해 착공하게 했다. 그러나 완공(1836년) 전인 1814년, 러시아 원정 실패 등으로 퇴위해 생전에 완성된 개선문을 보지 못했다. 1840년 그의 유해가 세인트헬레나섬에서 파리로 돌아올 때에야 비로소 이 문을 지나갈 수 있었다. 콘스탄티누스와 나폴레옹의 개선문은 모두 권력이 정점에 있다고 믿은 순간 세워졌지만, 완공 전후 그 권력의 무게중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무너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기념물의 높이와 화려함은 오히려 그 권력이 스스로를 얼마나 절박하게 증명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지표였던 셈이다. 과연 '트럼프 개선문'은 다른 운명을 맞을 수 있을까.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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