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
대통령은 아프다. 아니 안 아플 수 없다. 처리해야 하는 일의 양뿐만 아니라 애초에 정답을 알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국가 존망이 달린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데서 오는 극단적 결정 피로, 불규칙한 수면과 24시간 긴장 상태, 지속적인 대중의 감시와 무자비한 비판, 심지어 생명 위해 가능성과 사생활이 철저히 차단되고,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가해지는 심리적 공격은 극심한 고립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렇듯 대통령이 매일매일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의 종류와 강도가 너무 많고 강하다. 대통령이 왕도 아닌데, '위대한 자들이여, 깨어 있으라! 왕관을 쓴 머리는 편히 쉴 수 없으니'라는 셰익스피어 사극 속 헨리 4세의 독백을 반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1722년부터 2015년까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선진국 정상 279명과 낙선한 후보 261명의 수명을 비교한 결과, 당선되어 국정을 운영한 정상들은 낙선한 후보들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23% 높았고, 당선 이후 평균 수명이 약 2.7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대통령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나이 먹은 예방의학 전문의로 그동안 먼발치에서나마 여러 대통령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커지던 우울, 코로나 탓도 있지만, '광화문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은 대민 접촉,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긴 칩거, 윤석열의 잦은 폭음도 왕관의 무게 때문에 생긴 목의 통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맞는다면, 이는 일종의 '대통령 직업병'인 셈이다.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재명 대통령은 예외일까? 둘째, 대통령의 아픔을 걱정하는 이유는 정치지도자가 1만큼 아프면, 국민은 100만큼, 1000만큼 아프기 때문이다. 정치 심리학자 로즈 맥더멋은 대통령의 아픔이 외교정책이나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오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43~45년 태평양 전쟁 수행 과정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심각한 심장 질환이 주요 전략 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심리적 장애' 역시 1969년 캄보디아 폭격 결정에 편향을 초래했다고 했다. 이런 사례에 더해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아파서 복용한 스테로이드 등 약물 사용이 1961년 빈 회담에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를 상대할 때 행동 변화로 이어졌다고 한다.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고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홧김에' 한반도를 향한 전쟁 버튼을 누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몸이 움츠러들고 털끝이 쭈뼛해진다. 좋든 싫든 우리가 정치 지도자의 아픔을 우려하는 이유다.
그러면 어떡할 것인가? 유능한 주치의도 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많은 이가 있으니, 잘 알아서 할 것이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안심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것은 의사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상기해보자. 첫째, 전 대통령들의 실패는 대통령을 이기는 사람이 없고, 반면 '시원하시겠습니다'를 외치는 이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둘째, 가급적, 대통령은 최상위 수준 안건들만 결정해야 하는데, 혼자 너무 많은 결정을 했다. 셋째, 조직 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이른바 '레드팀'을 두어 책임을 분산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넷째, 적절하고 충분한 회복 공간과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충분한 휴가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무엇보다 직언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치유자 역할을 하는 광대 같은 이들을 과거 대통령들은 곁에 두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 궁정 광대는 기원전 2200년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중세와 근세의 중국, 유럽, 중동, 인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명권에 존재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 곁에는 그런 이들이 있을까?
물론, 대통령만 아픈 것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특히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혐오, 분노, 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 양상은 모두 우울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아프다. 그렇기에 국민도 늘 곁에서 직언과 위로를 함께 해줄 광대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아프면 국민은 더 아프다. 대통령에게 광대를 허하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조직개편 중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이건 '직언'이다. '이 대통령에겐 휴가가 필요하다.' 이건 '약'이다. 이는 국민의 아픔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대통령에게도 좋은, 이야말로 '광대의 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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