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섭 작가

[김민섭의 다정함에 대하여] [6] 강의를 하면서 대리운전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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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고등학교에 강의를 가면 그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작가님, 그래서 연봉이 얼마입니까?' 이럴 때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하는 답이 있다고 한다. '음식점에 가서 가격 안 보고 시킬 정도는 됩니다.'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무례한 질문이라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에게 공들여 답해 준다. 이런 일을 하면서 얼마 벌었고 저런 일을 하면서 얼마를 손해 봤고 그래서 이만큼을 벌고 있습니다, 하고. 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영위한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서점과 출판사를 운영하고, 비영리법인의 이사장이고, 종종 대리운전(탁송)도 한다. 이 일들이 모두 돈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돈을 버는 일은 강의 하나뿐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제일 적게 받은 강의비는 대부분 독서 모임이었다. 두툼한 봉투 안에 그들이 쓴 편지(독후감)가 들어 있었다. 사례비가 없다는 걸 알고 간 것이었다. 제일 많이 받은 강의비는 대기업이었다. 한 시간에 200만원을 받았다. 물론 그런 일이 많은 건 아니고 종종, 아니 가끔 있다. 언젠가 방송국 담당자에게 세계적인 석학의 강의비를 들었다. 미국에 사는 그가 한국에 홀로그램으로 자신의 형상을 쏴서 강의해 주는 값으로 1억을 넘게 불렀다고 했다. 내 10년 전의 연봉을 들은 학생들은 아아 작가는 하면 안 되는 것이구나, 하는 표정을 짓다가, 대기업에서 받은 강의비를 듣고는 저도 작가를 하겠습니다, 하는 결의에 찬 표정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지금의 나는 아주 잠시 운이 좋은 것이라고. 내일부터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두 가지 태도를 가지면 이 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우선 감사함. 나에게 찾아온 그 어떤 좋은 일도 내가 잘나서 찾아온 게 아니다. 세상 그 무엇도 당연한 게 없다는 마음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에 더해 겸손함. 운이 좋을 뿐이라는 감사함을 꾸준히 가지면 그건 겸손함이 된다. 내가 대리운전(탁송)을 여전히 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다. 가끔 돈을 많이 주는 곳에 강의를 가다 보면 감사도 겸손도 어딘가 좀 멀리 가 있다. 그러나 그날 탁송으로 이동하다 보면 '돈이라는 게 이렇게 벌기 힘든 것이었지'라는 마음이 된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찰나의 운을 나의 능력과 노력으로 자주 치환해 버린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학교에 간 나에게 질문하는 모든 학생들의 잘됨을 바란다. 그들이 무엇을 묻든 감사와 겸손을 담아 성실하게 답할 것이다. 어느 선생님이 말했다. 학교에서 하는 모든 일은 학생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연봉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화를 낸 어느 작가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며, 그가 한 말이었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김민섭의 다정함에 대하여] [6] 강의를 하면서 대리운전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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