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정우진 연세대 명예교수

[기고] 수십조원 써도 청년들 수도권에 몰려… ‘지방정치 경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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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지난해 말에는 인구 격차가 104만명까지 벌어졌다. 사람이 점점 더 수도권으로 많이 몰린다. 반면 재정은 지방을 향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보조금의 90% 가까이가 비수도권에 투입됐다. 돈은 왜 사람을 붙잡지 못했나. 예산 규모가 아니라, 자원을 혁신과 성장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막는 '정치 독점 구조'가 문제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과 호남에선 각각 어김없이 한 정당이 압승했다. 일당 독점 지역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다. 공천이 당락을 정하는 곳에서 공천권은 현역과 기성 조직으로 쏠리고, 신인과 청년이 진입할 틈은 좁아진다. 정당 간 경쟁은 없고 당내 경쟁마저 닫힌 '이중 장벽'이 정치적 역동성을 막고 있다. 진입과 경쟁을 포용하는 제도가 번영의 토대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세모글루·존슨·로빈슨의 통찰이다. 정치도 같다. '경쟁 없는 독점'은 혁신보다 지대 추구를 낳는다.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압력이 있어야 단체장은 규제를 풀고 이해관계를 재편한다. 압력이 없으면 예산은 전시성 사업으로 흐른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자율편성사업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예산은 지역 발전 수준보다 단체장의 재선 여부나 국회의원 수 같은 정치적 특성에 따라 배분됐다는 특징이 나타났다. 재정을 많이 받은 지역에서 소멸 위험이 높다는 진단도 있었다. 지역 쇠퇴가 정치 고착을 낳은 측면도 물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먼저든, 경쟁 없는 정치로는 쇠퇴를 되돌릴 수 없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은 쇠퇴하는 조직의 구성원에게 남은 길을 '항의(Voice)'와 '이탈(Exit)'로 설명했다. 바꿀 수 있으면 목소리를 내고, 없으면 떠난다. 20년간 96만명이 비수도권에서 순유출됐고, 지난해는 비수도권의 19~34세 청년 6만여 명이 수도권으로 떠났다. 청년이 떠난 첫째 이유는 학업이 아니라 일자리 때문이다. 일자리는 예산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기업은 보조금보다 규제·인허가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보고 움직인다. 이 문턱을 낮출 개혁을 미루는 것이 경쟁 없는 정치다. 청년의 이탈은 지역 정치에 대한 불신임 투표다. 해법은 비수도권 정치에 '경쟁의 압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간 정책 경쟁을 유도할 평가·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북미 경제자유지수'에서 지난 10년간 경제적 자유가 높은 주는 낮은 주보다 인구가 약 18배 빠르게 늘었다. 우리도 민간·학계가 독립적으로 '지자체별 규제·혁신 지수'를 만들어 규제개혁·기업 유치·청년 고용 성과를 공개하고, 지역별 성과에 따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차등 배분해야 한다. 둘째, 정치 진입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정당 간 경쟁의 문은 선거제도가 연다. 거대 양당이 한 석씩 나눠 갖기 쉬운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다인 선거구로 확대해야 한다. 별개로 '새로운 피' 수혈을 위해 청년과 신인에게 실질적 공천 기회를 보장하는 정당에 국고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경쟁 없는 구조에 재정만 부어 온 지방 소멸 대책은 실패했다. 지난 20년의 결론이다. 객관적 지표로 지자체들이 서로 겨루게 하고 정당 간·당내 경쟁이 살아날 때, 비수도권도 기업과 청년을 불러들일 수 있다. 지금 절실한 것은 또 다른 수십조 원의 예산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 혁신에 나서게 할 '정치 경쟁'이다.
[기고] 수십조원 써도 청년들 수도권에 몰려… ‘지방정치 경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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