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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참사…나는 책임이 없는가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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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가트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급류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본 건물 옆에 사람들이 서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후퇴가 이번 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로이터 연합뉴스 장수경 | 지구환경팀장 숫자는 참 이상하다. 때론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고, 때론 너무 커서 실감 나지 않는다. 최근 유엔환경계획이 내놓은 기후변화 보고서 '초과 억제'(Limiting Overshoot) 속 숫자는 전자다. 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전보다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이번 세기 중반 1.8도까지 오르고, 현재 각국의 정책이 유지되면 2.6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5도, 1.8도, 2.6도. 별것 아닌 듯한 숫자에 웬 소란인가 싶을 수 있다. 한여름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판국에 0.3도, 1.1도가 대수인가, 더 더워지면 에어컨 온도를 더 낮게 하면 될 일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이건 어떤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오를 때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진다. 2도가 오르면 99% 이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 북극해의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도 1.5도 상승에서는 100년에 한번꼴이지만 2도 상승에서는 10년에 한번꼴로 잦아진다. 2100년 해수면은 2도 상승 때가 1.5도보다 약 10㎝ 더 높아진다. 그럼 북극에 가지 않고, 산호초를 안 보고, 해안가에서 조금 멀리 살면 괜찮은 걸까. 유엔 보고서가 나오기 일주일 전, 네팔과 중국 접경에서 산이 무너졌다. 빙하와 암석이 붕괴되면서 얼음과 바위, 진흙과 물이 뒤엉킨 거대한 급류가 사람을 집어삼키고, 마을을 할퀴었다. 1천명이 넘게 숨졌고 수천명이 실종됐다. 네팔의 이번 재난 복구 비용 추산액은 40억~50억달러(약 5조4천억~6조7천억원)로,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른다. 정확한 붕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빠르게 녹는 히말라야의 빙하와 기후위기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럼 빙하가 있는 곳을 피하면 될까. 빙하가 없는 한국에서는 지난여름 비가 쏟아졌다. 경남 거제에서는 200년에 한번 내릴 법한 폭우가 단시간에 퍼부었다. 약해진 지반 탓에 산사태가 나 주민 1명이 숨졌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 안, 그것도 반지하가 아닌 아파트에서였다. 이젠 어디로 피하면 될까. 기후재난이 두려운 건 배출과 피해의 주소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750년 이후 누적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미국(23.5%), 중국(15.4%), 러시아(6.6%) 순이다. 최근 배출 비중이 높은 인도는 3.57%다. 네팔은 0.01%에 불과하다. 네팔이 이번 참사를 두고 중국·미국·인도 등 주요 배출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이유다. 한국의 누적 배출 비중은 1.12%로 세계 16위다. 중국이나 미국에 견주면 숫자는 작아 보인다. 그러나 한 사람씩 세워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의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베이스(EDGAR)를 보면, 2024년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2.8t이다. 세계 평균 6.6t의 약 두배고, 중국(10.8t)보다도 많다. 네팔은 1.3t,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누적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한국은 중국과 미국 뒤에 숨을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배출량 급증을 이야기하면 인도를 앞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1인당 배출량을 따지면 피할 자리는 마땅치 않은 셈이다. 네팔 참사를 보며 우리는 가슴을 졸이고 피해자를 걱정한다. 한국 정부는 구조대를 보내고, 담요 등 구호품을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이 구호물자를 보내는 동시에 지구온난화에 가담해온 나라라는 사실은 좀체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어려운 질문은 어쩌면 '나는 책임이 없는가'인지도 모른다. 피해 앞에선 손을 내밀고, 책임 앞에선 뒷짐을 질 순 없다. 어디로 피할지 궁리하는 사이에도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진다. 피할 돈도, 피할 곳도 없는 사람들을 벼랑으로 몰면서.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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