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정우상 논설위원

[만물상] 시대착오적 ‘언더 조직'

Image
80년대 학생 운동권에는 '패밀리'라고 불리는 다수의 언더 조직(지하 서클)이 있었다. 총학생회장 같은 대중 조직이 지도부 같지만, 실제 지도부는 '언더'였다. 배후에서 지도하는 포스트(지도책) 중 학생회 담당은 '회포', 투쟁 조직 담당은 '투포'로 불렀다. 87년 경찰이 서울대생 박종철을 고문한 건 '언더짱' 박종운의 소재를 캐기 위해서였다. 언더 출신으로는 정치인은 물론 부장 판사, 로펌 대표와 기업인, 현직 장관도 있다. ▶'언더'라고 계속 지하에 머무는 건 아니다. 언더의 선배들은 외모와 언변이 좋은 후배는 학생회로, 이론과 조직에 강한 후배는 언더의 핵심으로 육성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 백태웅 OECD 대사 등이 언더에서 발탁돼 학생회장을 지낸 인사들이다. 언더는 미 문화원 점거 같은 공개 투쟁에 나설 '순번'을 지정했다. 미 문화원 점거의 핵심이었던 함운경씨는 '언더의 목적은 보안 유지와 핵심 인력 양성, 만일의 사태 때 조직 역량 보전에 있었다'고 말했다. 군부독재 시절 이야기다. ▶84년 학원 자율화 이후 상당수 언더 조직은 공개 서클로 전환하거나 해산했다. 그러나 학생 운동이 주체사상 계열의 NL과 사회주의 계열의 PD로 양분되면서 비공개 정파 모임 명맥은 이어졌다. 이들은 비공개로 모여 김일성이나 마르크스·레닌의 원전을 공부했다. 종이에 집회 장소와 시각을 적어 공유한 뒤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현장에서 불로 태웠다. 그러나 극비라던 집회 현장에 가보면 학생보다 경찰이 먼저 와 있었다. ▶민혁당 김영환, 통진당 이석기 등은 말 그대로 비합법 혁명 조직을 만들었다. 이석기는 오랜 언더 활동 이후 2012년 통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유사시 국가 기간 시설 타격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9년이 확정됐다. 혁명 조직(RO)은 기밀주의를 강조했지만, 기밀주의는 조직원 통제나 사이비 종교 같은 비합리성으로 변질돼 갔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언더 조직' 출신이었다고 한다. 진보 좌파가 활개치는 세상에 '언더'가 왜 필요한지 놀라게 된다. 진짜 충격은 노동당 진상 조사 결과, 언더 조직이 여성 활동가들에게 '낙태 금지' '혼전 순결'을 강요했다는 사실이다. 용 후보자는 노동당 출신인데, 관련 의혹에 침묵하고 있다. 진보를 표방한다며 여성에 봉건적 순종을 강요했다니 초현실적이다. 시대착오적인 남녀 차별 문화를 전수받은 사람을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낙점한 정권의 안목도 남다르다.
[만물상] 시대착오적 ‘언더 조직'
View on original source
Share
Archive
Like

(0)Comments

 

Related Opinion

A note on cookies

Newshunt uses essential cookies to keep you signed in and to remember your language and country, so the site works the way you expect. With your permission, we'd also like to use analytics cookies to understand how people use Newshunt and improve it over time.

Accepting only affects analytics. To learn more, view our Privacy Policy or Terms & Cond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