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김국현의 과학기술 유행어 도감] [18] ‘AI;DR'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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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형태는 아니지만 이런 'AI 낙인'은 이미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어권에는 tl;dr이라는 밈(인터넷 유행 요소)이 있다. 너무 길어서(Too Long;) 읽지 않았음(Didn't Read)을 뜻하는데, 말 그대로 너무 길고 지루해서 안 읽었다는 뜻이다. 이 밈은 최근 'AI;DR', 그러니까 'AI라서 안 읽었음'으로 변형되었다. 누가 눈치 없이 AI 답변을 '복붙'했다면 이 다섯 글자 낙인을 찍어주면 되니, 버튼처럼 편리해 보이기도 한다. 읽는 일에도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데, 쓰는 일에 시간도 정성도 들이지 않았다니. 읽는 일보다 쓰는 일이 훨씬 쉬워진 세상은 피곤하다. 사람에게 묻거나 일을 의뢰하는 건 그 사람의 의견과 경험, 혹은 통찰이 필요해서일 텐데. 물론 AI가 답을 알고 더 정리를 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 드는 감정은 보통 두 가지다. 이 일을 위해 시간을 조금도 쓰려 하지 않는구나 하는 실망, 또는 이럴 바에는 그 사람의 자리는 왜 필요한가 싶어지는 허망. 지금 맞이하게 된 세상은 너무 많은 입사 지원서가 AI로 쓰여서, 접수·검토도 AI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다. 이대로 가다 보면 사람이 또박또박 쓴 글을 사람이 꼼꼼히 설레며 읽던 세상을 조만간 잃어버릴까 봐, 그리들 AI 낙인도 찍고 신고 버튼도 만들자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국현의 과학기술 유행어 도감] [18] ‘AI;DR'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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